땅주인 현물출자로 PF사업 '자기자본' 높여
사업비 내 토지비 줄여 '브릿지론' 위험 축소
양도세 이연·투자이익…'유인책' 부족 지적도
'주택공급 위축' 우려에...근본책 마련 어려워
정부가 10년마다 반복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근본 해결을 위해 제도 손질에 나섰다.
낮은 자기자본으로 고금리 대출을 통해 토지를 매입하는 '브릿지론' 단계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토지주가 사업 주주로 참여하도록 현물출자를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PF사업 현황 파악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PF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형식적으로 이뤄진 PF 사업성 평가로 건설사, 신탁사 보증에 의존해 리스크가 전이되던 문제 개선을 위해 PF 사업성 평가도 개선한다.
다만 시행사의 자체적인 자기자본 확대보다 토지주를 통해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어서 한계도 예상된다. 양도차익 과세 이연으로 토지주 유인이 부족한 데다, 사업 이익 실현 불확실성도 커 토지주 참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사실상 자기자본을 늘리는 강제성이 없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PF 제도개선 부동산 현물출자시 자본구조 변화/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대 PF 자기자본 세제혜택 줘 20%대로?
정부는 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 정부, 부동산 PF 체질개선…토지주 현물출자 유도, PF 체질개선 위해 '당근·채찍'…사업성 평가 관건(11월14일)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의 자기자본비율(20%)을 유도하는 등 PF 산업구조를 선진화 하는 것이 목표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부동산 PF 위기 원인으로 선진국 대비 낮은 PF 자기자본비율이 꼽히기 때문이다.
핵심은 PF사업에서 토지매입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토지주가 토지와 건물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방식으로 현물출자(지분투자) 하면 완료 후 리츠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를 늦춰주기로 했다.
현재 국내 PF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디벨로퍼)의 자기자본비율은 총 사업비의 2~3% 수준이다. 토지비는 총 사업비의 20~50%에 이르기 때문에 토지매입 단계에서부터 12~13% 수준의 고금리 대출(브릿지론)을 받아야만 한다.
3억원만 들고 100억원 짜리 사업을 하는 셈이다. 금융기관은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보다 건설사와 신탁사로의 책임준공(특정 시기까지 준공 완료를 약속) 보증에 의존해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브릿지론은 이자율이 높은 만큼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지체되면 이자비용만 수백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책임준공 확약으로 리스크가 시행사→건설사→금융사로 확산할 위험도 크다.
토지주가 현물출자로 PF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결국 토지비용을 줄여 PF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일 수 있다. 토지주는 리츠 주주로 참여해 준공과 운영 후 나온 사업수익을 시행사와 같이 나누는(배당) 구조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은 "미국·일본에선 시행사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 투자자를 유치해 자기자본 30∼40%를 갖고 토지를 매입한다"면서 "토지주가 현물출자 시 브릿지론이 필요 없게 돼 PF 사업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92년 이 같은 토지주의 현물출자시 과세를 이연해 주는 '업리츠(UP-REITs)' 방식을 도입해 리츠시장을 성장시켰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토지 현물출자 방식의 PF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선도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건축물용도·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한 '공간혁신구역'을 접목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리츠 설립과 사업성 분석 컨설팅도 지원한다.
토지주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같은 정책사업에 토지 현물출자를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매입 확약으로 사업성도 보완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을 지닌 리츠(개발+운영사업자)에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우선 제공해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개선방안 도입 시 과세 절차 및 부동산 소유자의 개발 참여 유형/자료=국토교통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토지주 '유인책' 낮아 효과 미지수
그러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토지주의 현물출자 참여 '유인책'이 크지 않다고 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성이 높고 탄탄한 PF 사업장이라면 토지주가 현물출자로 에쿼티(지분) 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곳은 지금도 문제 없이 추진되는 곳들"이라며 "전문가가 아닌 일반 토지주가 불확실성이 높은 곳에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기란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책은 불안정한 PF 시장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비우량 사업장들이 정상화 되어야 하는데, 토지주 참여가 저조할 경우 안정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단순 이연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참여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강제나 의무가 아닌 '단순 유도'여서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행사 자본금 상향 등 근본 해결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당초 정부는 시행사가 2~3%의 낮은 자기자본으로 높은 금리의 대규모 대출을 일으켜 PF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행사의 자본금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이번 방안은 시행사가 아닌 PF 사업의 자기자본을 높이는 방안이다.
시행사의 자본금을 높이는 문제는 자칫 영세한 시행업계의 '대마불사'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행사 등록요건은 일반법인의 경우 자본금 3억원(특수목적법인 5억원, 개인은 영업용자산평가액 6억원 이상) 이상이다. 이에 현재 국내 디벨로퍼는 2400곳에 이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행사 자본금을 3억원에서 10억원 정도로 높이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고, 100억원 대로 높이는 것은 영세한 곳은 죽으라는 얘기"라며 "방향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국 큰 곳들에서 인센티브까지 챙기고 영세한 곳들은 기회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갈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금융사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신용보강 비율을 낮추거나 현재 낮은 자기자본으로도 PF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인 '선분양'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범 과장은 "신용보강을 없애면 금융기관이 PF 사업성 평가를 더 면밀히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대출이 중단되고 그에 따라 주택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주택공급이 위축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PF 시장의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이후 규제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기관이 PF대출 시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위험 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책임준공 개선방안과 PF 수수료 개선방안도 구체화 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의 PF 사업성 평가를 위해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정부가 전문평가기관을 인증해 평가를 의무화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