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뭐하러 힘들게 회사 다녀요”…최저임금의 역설, 평생 알바족이 꿈이라는 사람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저임금 10년새 두배 늘자
20대 청년 알바族도 2배 급증
고용주도 ‘쪼개기’ 고용 늘려
자발적 알바도 약 14% 상승
절반 이상 “근로조건 만족해”

日, 장기불황∙최저임금 상승에
2010년대 프리터족 양산 결과

“일자리 질이 결혼∙출산 영향 미쳐”


매일경제

인천의 한 신중년 고용 카페에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210원 vs 1만30원.

각각 2014년도와 2025년도 최저임금이다.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014년에서 2024년 10월까지 21% 오른 소비자물가와 비교하면 최저임금 인상 폭은 지나치게 가파르다.

임금 근로자의 최소생계를 보호하겠다는 선의로 도입된 최저임금이 필요 이상 과잉상승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저임금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유지가 가능해지자, 청년들이 조직에 매여 있는 정규직보다 자유로운 시간제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의 역설이다.

# 외국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A씨(28)는 앞으로도 한동안 취업 전선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그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미술과 타투 같은 좋아하는 취미에 당분간 집중하고 진로는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A씨와 같은 20대 시간제 근로자는 2014년 41만6000명이었으나 10년 후인 2024년에 81만7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 등을 주지 않아도 되는 ‘쪼개기’ 고용을 늘리고 있다. 고용이 늘었다고 정부가 자랑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아르바이트만 늘어난 셈이다.

이는 청년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성세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며, 나아가 결혼과 출산마저 주저하게 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에 형성되자 오히려 시간제 비정규직에 대한 청년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른바 ‘안풍(安豊)낙도’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발적 비정규직이 2014년 47.7%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61.1%에 달했다. 정규직 취업이 어렵거나 당장 생계비가 부족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선 것이 아니라 절반 이상이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며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근로조건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경제

서울의 한 음식점 문에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전단지가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B씨(25)는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돼도 대학생 때 최저임금 받으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보다 특별히 더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험생활을 접을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초임 9급 공무원의 월급은 세전 187만70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원으로 역전됐다. 물론 공무원 급여는 본봉 외에 직급보조비, 급식비 등 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생활은 큰 차이가 없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 만큼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가 청년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래서 시간제 일자리 공급도 많아지고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이 먼저 겪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장기화된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최저임금이 2000년 600엔에서 2010년 848엔으로 가파르게 오른 것이 이른바 ‘프리터족’을 양산했다.

매일경제

14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 센터를 구직자들이 둘러보고있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30의 불안정한 일자리는 결혼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4대 보험, 연차 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퇴직금도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기는 더욱 어렵다.

최저임금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지난 10년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6건에서 4건으로 줄어들었다. 출산율도 동반 하락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의 질이 결혼 결정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질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고용의 질이 7.45%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은 4.5~5% 올라가고, 무배우 여성의 혼인율, 유배우 여성 비율도 각각 5.1~9.8%, 1.1~4.8%씩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일자리 관련 요인과 출산 의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비정규직과 근로시간은 출산 의향에 음(-)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을 때 자녀를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