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수렴청정? 메신저에 불과…증원 백지화, 일관된 요구"
여야의정 참여보다 정부와 의협 비대위 간 일대일 대화 거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2024.11.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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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에 전공의들의 지지를 얻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당선된 가운데 비대위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의사들은 "구심점 역할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정부 대화 가능성을 두고는 의대증원 백지화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힘들다는 분위기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예방의학 전문의이면서 변호사이자 청와대 행정관 근무 경험을 가졌다. 미래 진로를 포기한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의료계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역량을 가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형욱 비대위원장(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은 지난 13일 의협 대의원 총투표 233표 중 123표(52.79%) 지지로 당선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의 지지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박단 위원장은 의협 대의원회로부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고, 전공의들의 입김이 선배 의사 후보들의 당선을 좌우하거나 '수렴청정'에 나선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계 주요 인사들은 "박형욱 위원장은 정치적 사심 없는 인물"이라며 "의사사회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고, 보수적이다. 오히려 젊은 전공의들의 의견 개진이 박형욱 위원장 표를 깎은 격이 됐다"고 털어놨다.
의협 대의원인 A씨는 "전공의들의 언급이 소위 '영감님'들의 반감을 샀다. 대의원회 경고도, 영감님들 반발 때문에 나왔다"고 했고,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 회장은 "MZ세대인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소신을 밝히는 게 필요했다고 판단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전임 집행부에 의견을 낼 수 없었던 박단 위원장의 표현이 오해를 불렀다. 박단 위원장도 수긍했다"며 "박단 위원장은 책임감을 가지고 젊은 층 의견을 사회에 전하고 있을 뿐이다. 선배들이 그에게 휘둘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박 위원장을 축으로 하는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 수렴, 전임 회장 탄핵 여파 수습,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 결정 등의 숙제를 안게 됐다. 의료계 주요 인사들은 "전공의, 의대생이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만으로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간 입장차는 여전해 단시간 내 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체로 의협 비대위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보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와의 끝장 토론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의견을 수렴할 단일 기구가 생겼다는 점 자체가 대정부 협상력이자 투쟁력"이라며 "개원의, 봉직의, 교수가 지쳐 현실에 안주하던 사이 학생과 전공의들은 더 고립돼 가고 있었다. 이들에게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의협 대의원 A씨는 "이제 정부도 전공의의 참여 가능성이 큰 의협 비대위를 일대일(1:1) 대화 창구로 보고, 접촉하지 않을까 싶다"며 "전공의, 의대생은 본인들 미래를 포기할 만큼 일관되게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다. 어떻든 대화로 풀 문제"라고 설명했다.
수련병원 치프 출신 사직 전공의 B씨도 "현장에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 가고 싶지 않다. 바뀐 게 없지 않으냐"며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이 사태가 정상화돼야 돌아가겠다. 주위에서도 대전협 등이 복귀를 막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역시 당선 직후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이 돌아갈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언급하며 의정갈등을 풀 열쇠를 윤 대통령이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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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부가 의대증원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는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강경한 기조다. 박형욱 위원장이 박단 위원장 등을 거쳐 전공의, 의대생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한 걸로도 풀이된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여야의정보다) 앞으로 전공의가 참여한 의협 비대위와 정부 간의 일대일 대화만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젊은 전공의들이 절박하게 제시한 요구를 마냥 '강경하다'고 보는 게 잘못된 건 아닌지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16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과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한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운영위 소속 전공의가 박단 위원장 의견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초에는 박형욱 위원장이 정리된 입장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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