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소식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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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의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HMGMA SNS(링크드인) 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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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새벽부터 날아든 미국의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소식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날벼락을 맞았다. "폐지까지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장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고, 국내 업체들은 당장 사업 계획 차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유세 기간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아 국내 자동차업계의 혼란을 야기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라는 큰 폭탄을 투척했다.
현실화 된 IRA 폐지…불확실성 커진 美 시장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인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IRA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대해 차량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법안이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IR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거기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를 마무리 짓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민주당이 잘못된 IRA를 만들었는데, 아직 여기에 사용되지 않은 모든 기금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같은 트럼프의 기조에 대해 "축소는 몰라도 폐지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으나, 이번 미국 에너지정책팀의 IRA 폐지 논의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기차 1위' 테슬라,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환영'하는 이유는?
당장 미국 전기차 시장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예상외로 지지의 뜻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7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테슬라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하지만, 경쟁사에는 치명적일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며 '정보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차기 행정부 내각행 티켓을 끊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일각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백악관 복귀를 도운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의 독주를 돕는 동시에 해외 경쟁사 죽이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는 전기차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규모와 범위를 지닌다"며 "이는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 환경에서 머스크와 테슬라에 분명한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 전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미 경쟁우위에 선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모든 외국 차들은 다 죽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차·기아, 관세 폭탄에 '4조5000억원' 영업손실 예상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지던 현대자동차그룹도 '트럼프 2기'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장 관세 폭탄과 친환경 정책 폐지를 내건 만큼 자동차 수출에도 큰 영향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08조9081억원과 누적 영업이익 21조3681억원으로, 글로벌 완성차그룹 매출 3위·영업이익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시장에서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2%와 70%에 이른다. 이중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기세를 타고 내년도 시장 2위 굳히기에 나섰던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됐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10~20% 보편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기존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 물량을 유지하며 보편 관세 10%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각각 2조7000억원, 1조8000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기아가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시장으로 수출 물량을 유지하며 징벌적 관세 25%를 모두 비용 처리하면 추가로 8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발 대미 수출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늘려 왔지만, 현지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들도 있고 글로벌 생산 최적화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시장에 몰아치는 폭풍…'10조원 투자' 메타플랜트 어디로?
'IRA 폐지' 파급력에 현대차가 10조원을 투입한 미국 전기차 시장에는 더 거센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시장 '넘버2'가 된 현대차그룹은 최근 후퇴하던 1위 테슬라와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집권과 전기차 시장의 축소와 맞물려 사업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10만1333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0.3% 늘어나 벌써 작년 연간 기록(9만4340대)을 넘어섰다.
3분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5%다. ▲2021년 7.4% ▲2022년 7.9%로 매년 상승세다. 반면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점유율은 63.3%에서 49.8%까지 떨어져 매년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이 기세를 타고 현대차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76억달러(약 10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조성했다. 내년 초 본격 가동되는 HMGMA는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를 생산한다.
당초 현대차는 현지 공장인 HMGMA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IRA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에서 판매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트럼프 2기 도래···전문가들 "철저한 플랜B 필요"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언제든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국내 완성차업계가 '플랜B'를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IRA폐지나 FTA 관세 수정 등 어떤 가능성도 모두 열려있는 상태"라며 "특히 전기차 시장은 캐즘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미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세 충격을 줄이는 동시에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생산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HMGMA를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했지만, 전기차 캐즘으로 하이브리드 등 다른 차종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HMGMA가 가동 되면 현대차의 기존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등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만 11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는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 조지아 공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대비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등 풍선효과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래 한화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적용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만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컨트롤이 가능한 범위"라며 "알라바마, 조지아, 메타플랜트 등 미국 현지 공장에 대한 감세 효과 증대 수혜 기대가 가능하다"고 동감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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