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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트럼프 2기 앞둔 미국,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 좁아진 운신의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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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제외 1년 만에 다시 포함
대미 무역흑자, 경상흑자 늘어난 영향
트럼프 선전포고 더해 정부 부담 커져
한국일보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15일 직원이 달러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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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년 만에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 증가에 따른 조치다. 환율 조작은 없었다는 판단이라 당장 영향이 크진 않지만, 강경한 통상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우리 정부와 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주요 교역대상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한국 외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은 기존에도 포함됐던 국가다. 한국은 2016년 4월 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7년여 흐른 지난해 11월 제외됐지만 이번에 다시 목록에 올랐다.

관찰대상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고 있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국가를 뜻한다.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미국은 자국 교역 규모 상위 20개국의 거시·환율 정책을 살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이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기준은 ①대미 무역흑자 150억 달러 이상 ②경상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③1년 중 8개월 이상 GDP의 2% 이상 달러 순매수다. 세 개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대상국, 두 개일 경우 관찰대상국이 된다. 이번 보고서에선 심층분석이 필요한 국가는 없다고 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찰대상국은 기계적 판단이라 당장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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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 11일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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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관련 2개에 해당됐다. 직전까진 대미 무역흑자만 기준을 넘어섰지만 경상흑자가 추가됐다. 미 재무부는 "평가기간 중 한국 경상흑자가 상당 수준 증가했는데, 기술 관련 상품에 대한 견조한 대외수요로 상품수지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상 기간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다.

다만 달러화 강세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이 기간 90억 달러(GDP 대비 0.5%)를 순매도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그러면서 "한국은 외환 시장 상황이 무질서한 예외적 상황으로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려 대미 수출엔 불리한 조치였으나, 정부 개입 자체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고관세 정책을 표방하며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벼르는 와중에 우리나라가 관찰대상국에 재지정되면서 향후 경제, 산업정책 전반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443억1,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트럼프 2기에서 이를 빌미로 관세 추가 부과 등 경제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트럼프 당선자는 공약집을 통해 "일본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파괴되고, 미국 심장부 마을과 도시 전체가 황폐해졌다”고 적시하면서 관세를 더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물가관리를 위한 정부 대응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강달러가 장기화하면 수입물가가 올라 내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당국의 시장 개입 정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훨씬 강화될 텐데, 외환을 투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조치 자체를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는데, 환율 운영에 있어 정부의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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