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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트럼프, '백신 음모론'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지명…상원 독립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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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백신 음모론을 퍼뜨린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자질 문제가 제기되는 인사를 이어가며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설 기관인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는 무급을 시사하는 구인 공고를 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1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케네디 주니어 지명을 알리고 "미국인들이 너무 오랫동안 공중 보건 관련 속임수,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에 연루된 식품 산업과 제약사에 짓밟혀 왔다"며 보건부가 "유해 화학물질, 오염 물질, 살충제, 의약품, 식물 첨가물로부터 모든 이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3년 암살된 민주당 정치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정치 명문 '케네디가의 이단아'로 불리는 케네디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지난 8월 사퇴하며 트럼프 당선자 지지를 밝혔다.

이번 인사는 보은 성격으로 풀이되지만 케네디 주니어가 백신 및 공중 보건 관련 음모론을 퍼뜨린 바 있어 보건장관직에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이미 반증된 바 있는 주장을 거듭했고 백신 반대 단체 아동건강방어(CHD)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화학 물질이 성별 정체성 변화를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 또한 퍼뜨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대행을 맡은 바 있는 보건분야 자선 단체 로버트우드존슨재단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베서는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장관에 취임하면 "국가 보건에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네디 주니어의 국가 공중 보건 기구에 대한 공격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에도 지속된 잘못된 신념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상원 보건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패티 머레이 민주당 상원의원은 "악명 높은 백신 반대론자"이자 "음모론자"인 케네디 주니어 지명이 "재앙적"이고 "이보다 더 위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에서는 환영 목소리와 신중론이 동시에 나왔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수잔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케네디 주니어)의 발언 일부는 우려스럽다"면서도 "그를 만난 적도, 함께 앉거나 긴 연설을 들은 적도 없다"며 "예단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케네디 주니어는 건강한 식품과 공중 보건 기반시설의 투명성 강화 필요성과 같은 문제를 옹호해 왔다"며 환영 입장을 표했다.

맡을 부서의 핵심 기능을 부정하는 케네디 주니어, 미성년자 성매수·불법 약물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던 법무장관 지명자 맷 게이츠 전 의원 등 자질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가 이어짐에 따라, 인준 권한이 있는 상원에 눈이 쏠리게 됐다.

앞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내정된 털시 개바드 전 하원의원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와 유사한 입장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국방 고위직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국방장관에 지명된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도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은 현재까지 상원 52~53석을 확보한 것으로 예측되지만 과반(51석)을 겨우 넘긴 수준이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이 이번 인사에 반발하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해 인준을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13일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게이츠 지명이 "법무장관에 대한 진지한 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한 하원 윤리위 조사 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이 취재진에 "상원이 고려할 수 있는 사안에 어떤 제한도 없기 바란다"며 자신과 다른 의원들이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한 하원 윤리위 보고서를 "물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코닌 의원은 게이츠 인준에 대한 아직 표결 결과를 예측하긴 이르지만 "의문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전 의원은 법무장관 지명 뒤 빠르게 하원에 사임서를 내 윤리위 조사도 종결되게 됐다.

상원 공화당은 13일 머스크가 공개 지지한 친트럼프 릭 스콧 상원의원을 제치고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비판 이력이 있는 존 슌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기도 했다.

게이츠 인사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며 트럼프 당선자가 중시하는 법무장관 임명을 돌파하기 위한 '버리는 카드'로 케네디 주니어를 지명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로스 두셋은 14일 칼럼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게이츠를 구할 수 있다"며 "몇몇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케네디 주니어 인준을 부결하며 게이츠도 부결시킬 순 없다고 결정한다면 트럼프 당선자 입장에선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0일 상원에 '휴회 임명'을 촉구하며 인준 우회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 미국 헌법에 보장돼 있는 휴회 임명은 대통령에 상원 휴회 중 인준 없이 공직 임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법은 현대적 교통 수단이 없던 미국 건국 초기 의원들이 말을 타고 의회에 오가던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인준 공백으로 인한 공직의 장기간 공석을 방지한다. 휴회 임명은 임시 인사로 이를 통해 임명된 공직자는 최대 2년간 머물 수 있다.

2014년 연방대법원은 휴회 임명은 상원이 10일 이상 휴회할 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상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래 휴회 중일 때도 열흘 이상 공백이 지속되지 않도록 형식적 회의를 열어 이러한 우회 인준을 막아 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3일 슌 의원은 "후보자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규 절차" 사용을 선호하고 "이들이 (인준) 투표를 거치도록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지만 앞서 슌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중 트럼프 당선자의 휴회 임명 촉구에 대해 동의하는 태도를 취했다.

전문가들은 상원이 휴회 임명에 동의하는 건 "헌법적 권한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 새라 바인더 는 이 같은 의견을 밝히고 휴회 임명 동의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강해서 상원의원으로서의 권리와 책임보다 그를 택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로스쿨 댄 파버 교수도 "상원이 이(휴회 임명)에 동의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을 진정으로 동등한 정부 기관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고위 직원으로 장기간 근무한 아이라 샤피로는 이번 인준 과정을 트럼프 당선자를 "막을 가드레일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초기 시험대"로 보고 "상원이 이를 묵인한다면 우리는 권위주의 체제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며 슌 의원이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권한 침해로 보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한편 규제 철폐 등을 내 건 신설 기관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된 머스크는 이 기관 구인 공고에서 무보수를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효율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따분한 비용 절감 작업을 위해 주당 80시간 이상 기꺼이 일할 수 있는 매우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작은 정부 혁명가"를 구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관련해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한 별도의 게시물에서 "이는 지루한 작업이 될 것이고 많은 적을 만들면서 보상은 0일 것"이라고 밝혀 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았다.

프레시안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라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보건장관으로 지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맨 오른쪽)가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가운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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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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