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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서울여대 성추행 피해자 "학내 인권센터, '공론화 그만두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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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교수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서울여대 학생이 해당 사건을 공론화한 후 학내 인권센터로부터 공론화를 그만두라는 식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추행 가해 교수가 받은 감봉 3개월의 징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학교 측 처분을 두둔했다며 '2차 가해' 의혹을 제기했다.

성추행 피해자 A 씨는 23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지난 9월 성추행 피해를 공론화한 직후 인권센터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성추행 사건 상담을 담당하던 교수님과 직원이 '성추행을 저지른 B 교수에게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 당할 수 있다. A 씨가 걱정되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본래 인권센터 상담의 목적은 B 교수의 징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안내받기 위함이었는데, 센터는 내게 어쩌다 공론화를 시작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캐물었다"며 "센터는 B 교수가 받은 징계가 결코 경징계가 아니라고도 했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운 상태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공론화를 그만두라는 식의 협박으로 들렸다"고 했다. 서울여대 인사위원회는 B 교수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학생들은 "경징계"라며 최근 학교 측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A 씨는 "여기서 멈추면 B 교수가 원하는 대로 되는 셈이니 절대 멈추지 말라"며 응원하는 학우들,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시위하며 사건을 알린 학우들의 연대에 힘입어 현재까지 공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인권센터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면 도움을 받은 점도 있다고 판단해 인권센터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론화 세 달이 지난 현재 대학본부가 B 교수와 학생들 간 법적 분쟁에서 B 교수의 편을 들고 있다는 생각에 당시 상황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학본부, 경찰에 고소당한 학생들 개인정보는 주면서 교수 정보는 안 넘겨"

프레시안

▲서울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이 23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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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를 지원해 온 서울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은 이날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B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알려 고소당한 학생들의 건물 출입 기록(CCTV)을 달라는 경찰의 요청에는 즉각 협조한 반면 B 교수 징계 기록을 달라는 요청은 개인정보가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소인 학생들의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긴 공문이 파쇄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고소당한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도 상관없는 정보고, 사직한 가해 교수의 개인정보는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한다는 게 학교 입장인가"라고 규탄했다. 실제로 무소의 뿔이 <프레시안>에 제공한 해당 공문에는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들의 개인정보 및 건물 출입일시가 모두 적혀 있었다.

A 씨는 무소의 뿔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A 씨는 "학교 측의 이러한 태도는 절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재학생보다 여대에서 수 년 간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고 결국 끝까지 이기적으로 행동해 도망친 교수를 여전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라며 "학교 측과 인권센터는 하루라도 빨리 경찰 조사에 협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이런 지적들이 모두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A 씨의 주장에 대해 "인권센터의 발언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학생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말이든 오해할 수도 있다. 인권센터가 A 씨에게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을 리 없다"고 했다.

B 교수의 징계 기록을 경찰에 넘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징계 기록에는 가해자인 교수와 피해자인 학생의 신상이 모두 담겨 있어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적절한 절차를 통해 서류를 요청해 달라고 경찰에 답변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B 교수는 수 년 간 제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을 해오다 A 씨로부터 신고를 당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학생 세 명은 B 교수와 그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린 학교 본부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 그러자 B 교수는 이들 학생 세 명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은 지난 10월 B 교수의 고소를 포함해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것을 학교 본부에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럼에도 학교 본부의 입장 변화가 없자, 학생들은 교정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래커칠을 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였다. 나아가 50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 등은 노원경찰서 앞에 모여 "경찰은 B 교수가 C 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B 교수는 강의를 녹화강의로 돌리고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지난달 20일 학교본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남은 학기 수업을 맡지 않기로 했다. 다만 B 교수가 성추행 사실을 알린 학생들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고, A 씨가 B 교수를 고소한 건도 수사가 이어지는 등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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