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소비여력↓
마트 통 큰 할인 행사에 ‘오픈런’
유통기한 임박 식품 판매도 ‘블티’
마트 통 큰 할인 행사에 ‘오픈런’
유통기한 임박 식품 판매도 ‘블티’
재고 전문 한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유통기한 임박 김 상품.[사진 제공 = 쇼핑몰 캡처] |
직장인 A씨는 전시, 리퍼, 재고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밥반찬으로 먹을 ‘김’을 단돈 1000원짜리 2장으로 구입했다. 이곳에서는 유통기한 마감이 이달 17일로 임박한 ‘CJ 비비고 참기름김’ 12봉(4g) 2묶음짜리를 대폭 할인해 2000원에 판매했다. 상품에는 ‘5061명이 관심중’으로 떴다. A씨는 유통기한이 오는 12월 16일까지인 ‘CJ비비고 쌀떡볶이(360g)’ 2봉지도 주문 목록에 담았다. 가격은 4000원으로 상품 하단에는 ‘현재 3966명이 관심중’이라는 알림이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1%대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쇼핑 나온 소비자들 사이에선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표 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이다.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 불어나는 가계부채 속 소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다른 유통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과 아울렛 등 할인점과 마트, 전통시장을 주로 방문하는 사람들, 또 다른 한편에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소비하는 행태까지 소비시장의 양 끝단을 보는 듯하다.
특히, 유통가에 따르면 재고 상품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다고 한다.
주부 B씨는 “아파트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전문으로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알게 됐다”며 “먹는데 큰 문제가 없고 가격도 마트 대비 60% 이상 저렴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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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이례적으로 프리미엄 재고 쇼핑몰인 ‘리씽크’를 입점 시키기도 했다. 이곳에선 재고, 중고 명품 가방, 의류, 시계를 비롯해 가전제품 등이 팔리고 있다. 리씽크는 인터넷 쇼핑몰과도 연계돼 있다.
고물가 시대 큰 폭의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보이는 반응도 크다. 신세계그룹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2024 쓱데이’ 매출은 2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일부 지점에서는 오픈런도 벌어졌다. 신세계 측은 “이번 쓱데이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 증가한 수치”라며 “당초 목표였던 매출 1조9000억원도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인 주류 또한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오비맥주의 경우 직원들에 한해 유통기한 임박 맥주 등을 사내 판매하는데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사내서 판매된 스텔라 캔맥주(330ml) 24개는 3만1600원으로, 한 개에 약 1300원꼴이다. 일반 주류 마트에서도 종종 할인해 판매하는 유통기한 임박 맥주는 인기다.
중고거래도 고물가 시대를 사는 슬기로운 방법으로 인식되며 거래가 늘고 있다. 중고거래를 중개하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최근 누적 가입자 4000만명을 넘어섰다. 거래규모도 불어났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당근마켓 거래 규모는 2021년 5100만건, 2022년 5900만건, 2023년 6400만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거래 금액 역시 2021년 2조9000억원, 2022년 4조3000억원, 2023년 5조1000억원으로 2022년 이후 폭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7월말 현재 4100만건에 4조4000억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져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넘길 전망이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 교수는 “장기간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후유증이 소비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고 경기도 침체 징후를 보이면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늘고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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