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유튜버 겸 복서 제이크 폴(왼쪽)이 왕년의 핵주먹 58살 마이크 타이슨을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천하의 타이슨도 세월의 벽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19년 5개월 만에 사각 링에 공식 복귀한 왕년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8)은 16일 유튜버 겸 복서 제이크 폴(27)과의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심판 전원일치 의견으로 판정패했다. 2분, 8라운드로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이순’을 앞둔 타이슨은 비록 패했지만, 자신보다 31살이나 어린 폴을 상대로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을 드러냈다.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 사람은 등장부터 대조적이었다. 호화로운 초록색 오픈카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폴과 달리, 타이슨은 현역 시절 모습 그대로 평범한 검은색 상하의에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조용히 링에 올랐다.
경기 초반은 오히려 타이슨이 주도했다.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타이슨은 가드를 바짝 올린 채 접근하며 민첩하게 펀치를 휘둘렀다. 묵직한 왼손 훅을 적중시키기도 했다. 반면 폴은 뒤로 물러서면서 카운터를 노렸다. 2라운드도 타이슨이 우세한 흐름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3라운드에 접어들면서 타이슨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폴은 긴 팔을 활용하며 타이슨의 몸통에 연타를 날렸다. 4~5라운드에서는 타이슨이 주먹을 내미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관중석에선 타이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기운이 빠진 타이슨의 기세는 회복되지 않았다. 5라운드에선 겨우 7차례 주먹을 뻗었고, 그 가운데 단 1차례만 적중시킬 수 있었다.
16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헤비급 복싱 경기에서 마이크 타이슨(오른쪽)과 대적한 유튜버 겸 복서 제이크 폴이 경기 종료 직전 고개를 숙이며 존경의 뜻을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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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라운드의 흐름도 바뀌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타이슨의 스텝은 더욱 느려졌다. 하지만, ‘KO 한방’을 노리며 잽과 펀치를 퍼붓는 폴의 공격도 끝내 타이슨은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8라운드 종료 직전 폴은 가드를 내리고 고개를 숙여 타이슨에게 존경의 뜻을 표했다. 타이슨도 폴의 주먹을 부딪쳤고, 경기는 막을 내렸다.
현역 시절 ‘50승(44KO) 6패’를 기록한 타이슨은 엄청난 펀치력을 선보이며 ‘헤비급 왕좌’를 평정했다. 하지만, 성폭행, 마약, 음주 등 끝없는 논란을 일으켰고, 1997년엔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실격패 당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2005 년 공식적으로 링을 떠난 이후엔 방송, 배우, 공연 등 엔터테이너로 변신했다가, 2020년 11월 로이 존스 주니어와 자선 경기를 통해 링에 복귀했다. 존스 주니어와 경기는 시범경기였지만 폴과 대결한 이번 경기는 텍사스주 체육위원회로부터 정식경기로 인정받은 공식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원래 지난 7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타이슨이 2달 전에 궤양 발작으로 비행 도중 쓰러져 연기됐다. 정식 복싱시합은 라운드당 3분으로 치러지지만, 타이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2분 8라운드’로 치러졌다. 글러브도 헤비급 정식경기에서 사용되는 10온스(283.4g) 대신 더 두꺼운 14온스(396.8g) 글러브가 사용됐다. 이날 경기에서 받은 대전료는 타이슨이 2000만 달러(약 279억원), 폴은 4000만 달러(약 558억원)로 전해졌다.
타이슨이 대적한 폴은 208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겸 복서다. 2020년 프로복싱 데뷔전을 치른 뒤 ‘10승(7KO) 1패’를 기록하는 등 복서로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다. 타이론 우들리(미국), 앤더슨 실바(브라질) 등 종합격투기 UFC 전 챔피언들을 복싱으로 꺾어 화제에 올랐다. 키도 185cm로, 타이슨보다 7cm나 더 크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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