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의 문양을 비롯한 기독교 극단주의 문구가 몸에 빼곡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 헤그세스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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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가 몸에 새긴 문신이 인종과 종교에 관한 극단주의적 이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시비에스(CBS)뉴스 등은 피트 헤그세스가 몸에 새긴 몇몇 문신이 극단주의적 이념을 드러내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예를 들어 헤그세스가 팔에 새긴 ’데우스 불트’(Deus Vult·신의 뜻)는 중세 십자군 전쟁 당시 군사활동을 정당화하는 문구로 쓰였다. 그는 ’십자군 십자가 ’라 불리는 예루살렘 십자가 문신도 함께 새겼다.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렀던 시대를 추앙하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최근 백인우월주의 단체들도 ’데우스 불트’를 반이슬람 구호로 쓰고 있다. 당시 헤그세스와 함께 복무했던 군인도 시비에스뉴스에 “헤그세스의 ’데우스 불트’ 문신 때문에 그를 잠재적 ’내부 위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편지를 간부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헤그세스는 미국 첫 성조기인 별 13개 성조기와 무기 모양 문신도 어깨 아래쪽에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백인우월주의적 신념의 은어로 쓰인다는 지적이 있다. 남 부빈곤법률센터 (SPLC ) 소속 혐오 연구자 키건 한케스는 “ 혐오 세력들이 (역사적) ’유산’이라는 미명 아래 초창기 미국의 상징을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 유색 인종이 사람으로도, 미국인으로도 여겨지지 않던 옛 과거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미 <롤링스톤>지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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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는 실제로 문신 때문에 직무에서 배제된 적이 있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시 12명의 군인들이 극단주의적 사상을 가졌거나 우익 단체와 연결된 사실이 확인돼 임무에서 빠졌는데, 자신이 그 중 하나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는 숀 라이언과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워싱턴 주방위군으로 복무할 당시 문신 때문에 극단주의자로 분류됐다. 예루살렘 십자가 문신은 그저 기독교인의 상징일 뿐”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지난 12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자질 논란이 있었다. 미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으로 군 수뇌부에서 지휘한 경험이 없어서다. “여성을 전장에서 배제해야 한다”, “성소수자(LGBTQ+)와 여성 권리, 인종 정의를 옹호하는 좌파가 곳곳에 숨어 미국을 위협한다” 등 소수자 혐오 발언도 일삼았다.
최근엔 그가 2017년 성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서 연사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던 날 ’사건’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기소된 건 없다”는 입장을 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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