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튿날인 16일, 더불어민주당 장외집회의 공세 수위가 더 세졌다. 이번 집회엔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당들도 합세해 윤석열 정권 퇴진과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약 2시간 30분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 광장 앞 도로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전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뒤 열린 첫 대규모 집회였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을 경우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이날 무대 연설에서 이재명 대표는 민주주의 수호·대한민국 주권 국가 등을 강조하며 재판 결과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표가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연신 ‘이재명’을 외쳤다. 이 대표는 “국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그런데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의 주인은 윤석열·김건희·명태균으로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바로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펄펄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 장외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 지도부는 직접적으로 재판부를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재판부가 검찰이 왜곡하고 날조한 기소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며 “이번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했다.
비가 내린 이날, 파란색 우비 등을 입고 집회에 참가한 야당 지지자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광화문 북측 광장부터 경복궁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4차로 도로를 메웠다. 이날 집회엔 주최 측 추산으로 30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집회 종료 후 오후 7시 16분쯤 시민단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의 시민행진에 합류했다. 약 45분간 조계종~을지로1가~명동역까지 2㎞ 거리를 행진하며 “윤석열을 거부한다”고 외쳤다. 경찰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통경찰 180여 명을 배치하고 차량 우회 등 교통 관리에 나섰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경찰을 향해 “차선 열어”라고 외치며 실랑이를 벌였으나, 큰 물리적 충돌이나 사고는 없었다. 앞서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정권 퇴진 집회에선 사전 신고 범위를 넘어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참가자 11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민주당 주최 장외 집회가 열린 16일 오후 맞불 성격의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같은 날 인근에선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전국안보시민단체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와 자유통일당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사파 척결’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재명 심판, 감옥으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대표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경찰은 보수 집회와 진보 집회 사이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는 등 동선을 조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반성하긴커녕 오히려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무력시위를 중단하라는 건데 오늘도 기어코 집회를 열겠다니 안타깝다”며 “이 집회는 ‘판사 겁박 무력시위’며, 최악의 양형 가중사유”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역~시청역 일대 과열된 집회로 시민들은 차량 정체와 소음 등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들은 귀를 막고 표정을 찡그린 채 서둘러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거리 행진으로 차로가 막히면서 중앙 차로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가드레일을 넘나들며 버스 승하차를 하는 등 위험한 모습도 보였다.
김서원·이수민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