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등 회수 시장 막히자 초기 스타트업 매력 '뚝'
그나마 안전한 후기 벤처에 투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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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국내 주식 시장의 하락세는 비상장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증시가 위축되자 기업공개(IPO)에 즉각적인 영향이 오고, 이로인해 혁신업계가 자금을 수혈받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딥테크, 플랫폼 등 글로벌 혁신산업은 빛의 속도로 발전을 이뤄가고 있지만, 자금이 얼어붙은 국내 혁신업계는 글로벌 격차가 시시각각 벌어지는 중이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의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벤처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8조 5808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체 벤처투자 중 창업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조 5606억 원으로 지난해 2조 759억 원보다 약 5000억 원 감소했다. 전체 벤처투자 금액 중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 역시 전년 동기 26.9%에서 18.2%로 줄었다.
즉 올해 스타트업 시장에 유입된 벤처투자 금액은 지난해보다 늘었으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줄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초기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 받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프리A시리즈 투자를 유치한 초기 스타트업 B사는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벤처캐피탈을 만났지만 자금 유치가 쉽지 않았다"며 "초기 기업에 투자가 활발하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투자할 만한 초기 스타트업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기대 수익률 대비 위험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레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고 진단한다.
투자 자본의 흐름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투자회수의 정점인 IPO 시장이 활발해야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데, 얼어붙은 증시로 자금의 선순환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의 구주를 거래하는 '세컨더리 투자' 등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으나 결국 궁극적인 목적인 IPO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워 이 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했을 때 펀드를 조성한 벤처캐피탈들은 초기 투자를 열심히 했으나 경기 불황으로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게 어려워졌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벤처캐피탈들은 다음 펀드 조성을 위한 트랙 레코드를 쌓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성한 펀드를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벤처캐피탈의 눈은 후기 스타트업으로 쏠리고 있다. 후기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스타트업보다 위험도가 낮고 자금 회수 가능성이 그나마 높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전체 벤처투자 중 창업 후 7년이 넘은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4조 6028억 원으로 지난해 3조 6127억 원보다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전체 벤처투자 금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46.8%에서 53.6%로 증가했다.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올해 더 심화한 모습이다.
IPO 시장이 활발하지 않음에도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초기 스타트업 대비 위험도가 그나마 낮아 벤처캐피탈의 운용 펀드 수익률에 안전성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출자자 풀을 구성하는 LP(유한책임투자자)의 상당 수가 해외 부동산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어 펀드 수익률 관리에 예민한 상황"이라며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현재 벤처캐피탈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후기 스타트업에 집중되는 투자 분위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액세러레이터 업계에서는 '일단 버텨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하 등 대체투자 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대내외 여건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실제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 금리가 대체투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빠르지만 한국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출자금 대부분이 정책자금이다 보니 예산 편성 등을 기다리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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