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연상호 감독, 새로운 좀비 영화 준비
대중문화평론가가 바라본 K-공포물의 변화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는 오컬트 호러 작품이다. '사흘'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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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세대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라마를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한 많은 처녀귀신 이야기는 당시 많은 시청자들에게 오싹함을 안겼다. 그러나 최근 K-공포물에서는 이러한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상당히 옅어졌다. 좀비가 등장하거나 종교인들이 퇴마를 하는 장면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사흘'에도 구마신부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는 오컬트 호러 작품이다. 배우 박신양이 장례가 치러지는 3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죽은 딸을 살리려는 아빠 승도 역을, 이민기가 악마를 없애려는 구마신부 해신 역을 맡았다.
기대작으로 각광받고 있는 영화 '검은 수녀들'은 내년 1월 24일 개봉한다. 작품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544만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배우 송혜교가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퇴마 수녀 역을 맡았다.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던 좀비의 존재 역시 낯설지 않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이 뜨거운 반응을 얻은 뒤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K-좀비물의 열기를 이었다. 좀비물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과 '킹덤'은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영화 '강남좀비'가 개봉했으며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새로운 좀비 영화를 준비 중이다.
'콘텐츠의 홍수 시대' 속 익숙해진 소재들
'검은 수녀들'이 내년 1월 24일 개봉을 확정하고 해외 포스터를 공개했다. '검은 수녀들' 해외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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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김은희 작가에게 '킹덤'에 대한 아이디어를 줬던 장항준 감독은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좀비는 미국에서도 소수가 좋아하는 소재였다. 사극에 좀비가 나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K-좀비물은 꽤나 흔해졌다. 구마신부, 퇴마수녀가 등장하는 공포물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에는 국내 극장가에 오싹함을 더할 예정이다.
서양에서 즐겨 사용하던 공포물 소재를 국내 공포물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 시청자와 관객들이 외국 콘텐츠에 익숙해졌다는 점이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외국 영화가 수입되고, OTT를 통해 '콘텐츠의 홍수 시대'가 가속화된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은 해외의 공포 드라마,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 갖춰졌다. 일부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됐고, 한국의 정서까지 담아낸 공포물을 원하기 시작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 '부산행',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동양에서 낯선 소재를 사용한 몇몇 작품들이 굵직한 흥행 성과를 거두면서 수요가 확인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창작자들이 서양에서 즐겨 사용하던 공포 소재에 매력을 느끼는 지금의 상황에 다다랐다.
달라진 공포의 형태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양에서 즐겨 사용하던 공포물 소재가 사용되는 것이 사회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본지에 "과거에는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이었고 민주화되지 않았다. 더불어 강대국 사이에서 약소국으로 시달렸다. 전근대적인 사회 구조, 강대국의 침입에 대한 우려가 사회에 많았다. 문제 해결은 물론, 어려움에 대한 표현까지 제대로 못하면서 죽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억울함이 사회적으로 내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 억울함이 공포물 속 한을 품은 귀신에게 반영된 것이다.
김 평론가의 분석에 따르면 사회가 성장하고 복잡해지며 공포물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는 생존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래서 공포를 주는 대상, 그리고 그 대상의 힘을 극복하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담기게 됐다. 더불어 위험사회라는 말이 있지 않나. 통제할 수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살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호응을 받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서구와 비슷한 패턴대로 성장하다 보니 비슷한 문제점이 인식되고, 공포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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