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북항까지 번지는
비치라인 초고층 주거벨트 르포
99층 삼익비치 “옛 명성 되찾자”
69층 블랑써밋, 얼죽신 트렌드 살려
“분담금 감당 못해” 우려 목소리도
비치라인 초고층 주거벨트 르포
99층 삼익비치 “옛 명성 되찾자”
69층 블랑써밋, 얼죽신 트렌드 살려
“분담금 감당 못해” 우려 목소리도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삼익비치타운 [사진=위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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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고층 아파트 하면 해운대 근처에 많이 있었잖아요. 저희가 부동산 처음 시작했던 40년 전에는 여기가 부촌이었거든요. 명성을 다시 되찾는 것 아니냐. 다들 기대하고 있죠” (부산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인근 A 공인중개업소)
지난 7일 찾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 99층 아파트 단지를 짓는다는 계획안이 나온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단지 일대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에 들썩였다. 남천2구역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지하4층~지상99층, 6개동, 3700가구가 들어서는 계획안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것이다. ‘부산의 은마 아파트’라는 명성답게 건축 디자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 등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는다.
삼익비치타운은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범사업 예상지로 선정된 지난 7월을 전후로 매매가도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84㎡는 올해 1월 평균 10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8월에는 10억5000만원까지 매매가격이 올랐다. ‘99층 계획안’이 나온 10월에는 11억5750만원까지 평균 매매가가 뛰기도 했다. 부동산 불경기를 맞으며 주춤했던 삼익비치타운이 ‘재건축 프리미엄’을 누리며 재반등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 집중됐던 ‘비치라인 초고층 주거벨트’가 광안리·북항 인근까지 번지며 공고화 되고 있다. 부산 광안대교 바로 앞 삼익비치타운은 99층 아파트의 청사진이 마련됐다.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북항 오션뷰 아파트 ‘블랑써밋74’는 지하5층~지상 최고 69층 3개동으로 구성됐으며, 현재 75%까지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부산 해운대 센텀일대에 지어지는 지하6층~지상67층 아파트 ‘르엘 리버파크 센텀’은 최근 착공식을 진행했다. 전통 초고층 주거벨트 ‘센텀시티’부터 재개발을 앞둔 북항 일대까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셈이다.
해운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치라인 초고층 주거벨트’ 확장을 신중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다. 해운대 중동의 엘시티 인근 B 공인중개업소에서는 “해운대는 ‘부산의 강남’”이라며 “타 지역에 고층아파트가 지어진다 해도 (해운대 아파트에 대한) 수요의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역 역세권에 위치한 C 공인중개업소는 “서울 아파트값이 올라가며 해운대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부산 해안가 쪽으로 고층 아파트가 쭉 들어서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부산 동구 범일동의 ‘블랑써밋74’ 견본주택 내부 [사진=위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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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부산의 초고층 아파트 열풍은 일종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역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며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프리미엄가가 붙어 거래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초고층 아파트 선호’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남구의 69층 아파트 ‘용호동 W’가 대표적인 예다. 비수도권으로 대출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 또한 이점이다. 수요자들은 주로 4050세대로 부산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투자 및 노후 실거주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어죽어도 신축을 선호한다는, 일명 ‘얼죽신 트렌드’는 30대 수요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주로 하이앤드 시설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특징을 갖췄고. 미래 가치도 높다는 분석이다. ‘블랑써밋74’ 전용 94㎡는 4베이로 오션뷰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화장실을 3개 배치하고 음식물쓰레기 자동집하시설도 설치하는 등 주거 편의성을 높였다. 입주 후에는 연 2회 단지 내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고액의 분담금이 예상되며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장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의 99층 아파트 계획안은 과도한 분담금이 예상되며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삼익비치타운의 주민 70대 D씨는 “재건축 분담금이 10~11억원을 넘어간다면 (총회를 통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부산시에서 공공시설을 기부하라는 요구까지 한다면 재건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인근의 E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재건축에 관심있어 하는 조합원들은 (99층 계획안을) 반대한다”며 “어떤 손님은 ‘조합원들 90% 이상이 집을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10억원 안팎인데 분담금이 8억원을 초과하면 감당하지 못해 집을 나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천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조감도만 나온 상황에서 분담금을 논의하기는 이르다”며 “내부 설계도를 바탕으로 정확한 분담금을 추산한 뒤 이르면 12월 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에게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고층아파트만 들어서며 과잉공급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부산의 청년인구(15~29세)는 2014년 6.69%에서 지난해 5.95%로 전국에서 가장 급격하게 감소했다. 청년취업률 또한 10년 전에 비해 0.57%p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3%를 기록하며 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자리는 감소하는데 아파트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부산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부산은 2022년 6월 이후 2년 5개월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세다. 지난 9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수는 4871호로, 경기(9512호), 대구(8864호), 경북(7507호), 경남(5507호)에 이어 전국 5위를 차지했다. 수영구 민락동에서 분양 중인 최고 39층, 294가구 규모의 테넨바움294는 최근 할인분양 하며 ‘분양자 모시기’ 나섰다. 분양가를 기존의 평당 최고 6000만원에서 최고 평당 4200만원, 최저 2500만원 수준으로 낮췄으며, 중도금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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