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 중심의 지역 기업에서 서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준비가 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는 김승환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불과 3년 전인 2021년 전체 매출에서 1%대였던 서구권 매출은 올해 2·3분기 평균 20% 수준으로 20배가량 치솟았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분기부터 해외 매출에서 서구권이 차지하는 비중(3분기 기준 40%)이 중화권(31%)을 넘어섰고, 그 차이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서구권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미국 법인을 '북미 지역본부(RHQ)'로 설정해 시장 인텔리전스 강화 거점으로 운영한다. 또 캐나다와 중남미 시장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더마 화장품과 메이크업 등 새 분야에도 진출하려 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10%로 높이고, 영업이익률은 1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15일 김승환 대표와 조반니 발렌티니 북미법인장을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났다.
미국 내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이 가파르긴 하나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인디 브랜드)들의 선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부족한 점을 알고 있다"면서 "인디 브랜드의 강점은 민첩한 시장 대응 속도와 다양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옵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디 브랜드로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코스알엑스를 인수했으며, 코스알엑스가 갖고 있는 성공 DNA를 아모레퍼시픽에 이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알엑스로부터 인디 브랜드의 업무 방식을 흡수하고 여기에 아모레퍼시픽만의 시스템과 인프라스트럭처를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 김 대표는 "온·오프라인 채널 대응력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유통사와의 협업 구조는 인디 브랜드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힘든 아모레퍼시픽만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미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그 예시가 바로 지난 9월 선보인 다이소 전용 라인 '미모 바이 마몽드'다. 김 대표는 "처음 의사결정부터 출시까지 딱 5개월이 걸렸다"며 "이전에 일하던 방식을 고수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K뷰티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더불어 미국 스킨케어 시장에서 톱3 플레이어를 목표로 2027년까지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조반니 법인장은 "K뷰티는 '제2의 부흥기(Second wave)'를 맞았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K뷰티의 제품력과 트렌디함을 인정하고 주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미국 스킨케어 부문 6위 플레이어로, 시장점유율은 3.7% 수준이다. 조반니 법인장은 "톱10 스킨케어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톱3 플레이어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유니레버인데 그들을 곧 따라잡을 것"이라며 "K뷰티는 현재 글로벌 최강자인 프랑스도 충분히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반니 법인장은 "현재 6개인 스킨케어 부문 브랜드를 2027년까지 10개로 늘릴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2개 브랜드를 우선 출시하는데, 가격대는 50달러 이하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이면 사업 구조조정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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