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교수 구인난
소아과 등 필수의료 교원 태부족
수차례 공고에도 경쟁률 1대1 안돼
사정 나은 국립대도 특정전공 쏠림
의정갈등에 정원 재조정 확률 염두
채용계획 미루고 임상교원 대체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년 의과대학 정원이 증원된 대학들이 의대 전임 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소아과 등 필수의료 전공 분야에 지원자가 거의 없어 의학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방 사립 A대는 내년 1학기부터 수업할 의학과·의예과 전임 교원을 뽑기 위해 채용을 진행했는데, 최근 서류 마감 결과 의학과 30개 전공분야에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의예과 3개 전공분야에는 4명이 지원했지만 이 중 2명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채용이 보류됐다. A대 관계자는 “채용 기간을 여러 차례 연장했는데도 의학과 지원자가 없었다”며 “향후 추가 공고를 통해 적합한 인재를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방 사립 B대의 상황도 비슷하다. 임상의학 전임 교원 39명, 기초의학 전임 교원 3명 등 총 42명에 대한 서류 모집을 마감했는데 지원자 수가 모집 인원에 미치지 못했다. B대 관계자는 “이전에도 10명을 모집하면 2~3명만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1대 1 경쟁률을 넘긴 적이 거의 없다”며 “개업 의사의 연봉이 교수 연봉보다 훨씬 높아 교수직 지원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는 사립대에 비해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필수의료 분야 교수 확보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C대는 39명의 전임 교원을 채용 중인데 5개 전공분야에 지원자가 없거나 지원자의 자격이 미달했다. C대 관계자는 “앞으로 경력과 자격 요건을 갖춘 기금 교수 등으로 충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대는 의대 전임교원 30명 채용에 81명 지원했다. 하지만 소화기내과, 위장관학과, 정신의학, 혈액종약학 분야에는 지원자가 아예 없어 특정 전공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내년도 의대 전임 교원 채용 계획을 유보하거나 최소 인원만 채용하는 대학도 있다. 정부 예산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국립 E대는 아직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2배 늘어난 사립 F대는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 전임교원 6명만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F대 관계자는 “사립대는 자체 예산이 부족해 대규모 교원 충원이 어렵다”며 “내년 신입생이 교양 수업 중심으로 수강할 예정이므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립 G대는 교수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 임상 교원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교수직의 지원율이 낮은 이유로는 개업 의사에 비해 낮은 연봉과 높은 자격 요건이 꼽힌다.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립대는 국립대와 달리 자체 예산으로 교원을 충원해야 하므로 필수 전공 교수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의사의 자부심이 위축된 점도 교수직 기피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교육계는 필수 전공 교수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학 교육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교육 인프라 확충과 교수직 매력도를 높여 신규 교수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립대 의대 9곳이 동시에 채용을 진행할 경우 인력 확충이 어려우며 공개채용에 시간이 소요돼 기존 기금교수나 임상교수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수가 더 나은 조건으로 이동하는 결과만 낳고 새 교수는 충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 교수와 기금 교수의 주 업무가 환자 진료와 임상 업무여서 이들이 전임 교원으로 채용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연구나 학생 지도에 충분히 전념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언급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의대 증원에 따라 국립대는 의대 교원을 330명, 사립대 23곳은 284명 추가 채용해야 한다. 교육부는 국립대 의대 전임 교원 충원을 위한 예산을 다음 달 초 확정지은 뒤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의료계와 정부 간 합의가 이뤄지면 인력 유입이 자연스레 원활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