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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신용대출로 코인·美주식 '올인'… 가계빚·원화값 새 뇌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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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發 머니 무브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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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미국 증시와 달러값, 코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이 같은 '머니 무브'가 지속될 경우 원화값 하락, 가계빚 증가, 증시 위축 등으로 한국 경제 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대표주자는 비트코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코인 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칭해 왔다.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수익률은 36%에 달한다. 미국 대선 이후인 지난 13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9만326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대금은 33조3741억원으로,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거래대금을 합한 23조751억원보다 44.63%나 많았다.

지난 한 달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147개 코인 중 130개 코인의 가격이 상승했다. 100% 이상 값이 오른 코인도 4개나 됐다. 가격이 급등하자 자금이 몰려들었다. 지난 13일 업비트의 거래대금은 8조7277억원에 달했다.

미국 증시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투자자들에게는 수익률이 저조한 국내 증시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새 30.05%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87%, 코스닥 지수는 15.50% 하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줄곧 1000억달러대를 이어가고 있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인 319조3834억원의 45.3%에 달한다. 보관 금액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 1위는 테슬라로, 185억5000만달러였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스' 상장지수펀드(ETF)다. 순매수 규모가 2억7500만달러에 달했다. 2위는 '테슬라'로 순매수 금액이 1억2300만달러였다. 3위는 S&P 500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뱅가드 S&P 500(VOO)'으로 순매수 규모가 9300만달러였다.

문제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편승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가계빚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열풍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가계대출 억제 추세에 어떤 변수가 될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이달 들어 신용대출을 포함한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폭이 상당히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너도나도 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데,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신규 대출이 잘 나오지 않자 마이너스통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증가와 함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값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올 들어 15일까지 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1355.5원으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평균인 1398.9원 이후 역대 둘째로 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몰아쳤던 2009년 달러당 평균인 1276.4원보다도 낮다. 올해 달러당 원화값의 추락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부각된 지난달 이후에 두드러졌다. 1~9월까지만 해도 원화 가치 평가절하율은 2.3%에 그쳤지만, 지난달 이후 7.6%로 커졌다.

은행들이 내다본 단기 원화값 전망도 지난달에 비해 20~60원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이달 원화값이 14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고, 신한은행은 1430원 선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420원으로 예측했다. 지난달 원화값 하단이 1400원 선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최근도 기자 / 정유정 기자 / 채종원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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