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5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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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련 사업은 환율부터 광석 혼합 비율, 온도에 따른 용해율 변화까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2만~3만가지 요소를 세밀하게 관리하는 일입니다. 잡초를 뽑는 마음으로 50여 년을 매일 같이 반복해온 제련 사업의 노하우를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MBK파트너스와 영풍을 상대로 경영 실력을 판단받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긴급 기자회견 외에는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 회장이 이날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최 회장은 "앞으로 있게 될 주총은 MBK 연합이 사기적 부정 거래로 시장을 교란한 후 뒤에서는 지분을 사는, 이른바 '(금융) 기술로 지분을 조금 더 사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이 될 것"이라며 작심 발언을 했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고려아연에 반드시 필요한 경영진이 과연 누구인지 기관과 주주들의 냉정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이달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웠던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종료 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해 최 회장 측과 지분 격차를 5%포인트 넘게 벌린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 최 회장과 우호 지분은 34.65%로 추산된다.
지분율 경쟁에서 불리해진 상황에 대해 최 회장은 "MBK 연합과 고려아연을 제외한 나머지 개인이나 기관을 비롯한 수많은 주주들은 그레이존(회색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수 주주들이 주총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고, 회사를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올해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8만9703주(1.4%)의 활용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우리사주조합 등에 처분하는 형태로 의결권 지분을 끌어올리는 대안이 시장에서 언급된 바 있다.
최 회장은 "과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 소각이나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시장 의견을 청취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BK와 영풍의 경영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지 60일이 지났지만 MBK 측에서는 제련업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며 "MBK가 인수하고 운영해온 많은 기업들이 오히려 기업가치가 약화되고, 영풍 역시 실적과 환경오염 문제를 비롯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평가나 산업적 기여까지 모든 면에서 경영적인 문제를 상당수 드러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최 회장은 연말까지 기관들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한편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동시에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주주 소통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고려아연은 외국인 사외이사의 경우 국제적인 안목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같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세계적인 전문가나 석학 등 후보 60여 명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소액주주, 기관 등을 통해 호주와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 중이며 다가오는 주총에서 적합한 전문가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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