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환경 보호 의무 등 강조하며 2019년부터 줄곧 반대
"특정 법안 반대해도 프랑스처럼 소란 피우진 않아"
EU 깃발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프랑스가 또 들고일어나자 EU 내부에서도 '이제 지겹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르면 12월 초 메르코수르와 FTA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가 정회원인 남미경제공동체로, EU와는 1999년 FTA 논의를 시작했다.
무려 20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19년 6월 원론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남미산 가금류와 소고기, 쌀, 설탕류 등 농축산물과 원자재, 유럽의 농산물 가공품, 공산품, 금융·통신 등 서비스 분야의 단계적 관세 철폐가 핵심이다.
유럽 제1농업국으로 이 FTA에 크게 영향받게 될 프랑스는 2019년 합의 때부터 메르코수르의 환경 보호 의무 등을 강조하며 최종 협상 서명에 반대했다.
이번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물론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농민들도 또다시 트랙터를 몰고 시위를 시작했다.
프랑스의 반복적인 FTA 제동에 EU 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의회의 중도 성향 정치그룹 자유당그룹(Renew)은 "프랑스가 최고위급에서 집행위를 너무 많은 압박해 유럽의 페어플레이를 해치고 있는 게 짜증 난다"며 "다른 소규모 회원국들도 특정 법안에 반대할 때가 있지만 브뤼셀(EU)에서 프랑스처럼 소란을 피우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유럽 싱크탱크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니콜라 쾰러스즈키도 "메르코수르와 협상은 사반세기 전에 시작됐다"며 "많은 회원국이 인내심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EU는 주요 현안을 다룰 때 프랑스와 같은 주요 국가의 반대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EU 집행위뿐 아니라 독일, 스페인 등 FTA에 찬성하는 측도 이번엔 '파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비판적 입장이다.
유럽개혁센터의 무역 정책 전문가 아슬락 베르그는 "프랑스가 중요한 국가이긴 하지만 항상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뤼크 드마르티 전 EU 집행위원회 대외무역 담당 국장도 "프랑스가 (FTA 무산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다른 회원국들은 파리의 태도에 질려 있기 때문에 프랑스 없이도 분명히 협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무엇보다 이것(FTA)은 EU와 프랑스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코수르와 FTA를 지지하는 측은 침체한 유럽 경제에 남미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주의 무역 위협에 직면한 수출 기업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유럽의 친환경 산업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리튬 같은 전략 광물을 확보하는 것도 FTA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메르코수르 회원국인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는 칠레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이들 세 나라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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