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코스피가 소폭 내려 사흘째 2,410대에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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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20조원을 넘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19조원을 추월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서는 등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미국 증시로 몰려가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던 차에, 미국 대선에서 법인세 감면, 미국 우선주의 등을 내세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기업과 가상 화폐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은 미 대선을 전후한 ‘트럼프 랠리’를 쫓아가는 단기적 측면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심각한 불신에 따른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 측면이 적지 않다. 올 들어 주가가 뒷걸음질친 나라는 주요국 중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 S&P, 나스닥 지수는 각각 25%, 28% 올랐고 독일·중국·홍콩·대만 주가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계 증시에 상승장이 펼쳐지는 동안 올 들어 코스피는 8.98%, 코스닥은 20.90% 하락했다. 주요 40국 중 우리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 나라는 전쟁 중인 러시아(-20.79%)뿐이다. 이러니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상장 기업들의 후진적 지배 구조,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규제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저평가 현상이 만연해 있다. 정부가 저평가 해소를 위한 ‘증시 밸류 업’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미온적인 대책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정치권도, 말로는 증시 선진화를 외치면서 공매도 전면 금지, 금투세 논란 장기화 등에서 보여주듯 갈팡질팡 행태로 불신을 자초해왔다. 그런 사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확산되면서 증시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이면서 국민 자산을 불려주는 통로인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여야는 투자자의 증시 이탈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기업 지배 구조, 쥐꼬리 배당, 소액 주주 홀대 등의 증시 취약점을 시급히 개선해 투자자들이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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