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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부품·제조업도 후폭풍"…글로벌 車업계 구조조정 도미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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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 츠비카우 폭스바겐 공장에서 직원들이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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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완성차 업계의 고강도 구조조정 여파가 차량 부품업체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불황에 전동화, 완성차업체의 구조조정 등이 맞물리며 자동차 제조 밸류체인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오토모티브뉴스·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 세계 직원 중 약 1000여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 대상 중 절반은 글로벌기술센서 소속이고, 엔지니어링·마케팅·디자인 등 다른 직군도 포함됐다. GM은 지난 8월에도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 조직에서 약 1000여명을 감축한 바 있다.

다국적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도 미국 오하이오주 지프 생산라인의 교대근무를 폐지하며 1100여명을 정리했고, 디트로이트 부품공장에서 400여명을 추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8월에도 미시간주 공장 등에서 245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독일 폭스바겐은 독일 10여개 공장 중 최소 3곳 이상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 언론들은 전체 12만명의 직원 중 약 3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아우디에서도 수천 명의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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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본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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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자동차 일자리 2035년까지 14만개 감소”



완성차 업계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밸류체인 하위에 있는 부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시작된 독일의 경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만6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2035년까지 14만개가 더 감소할 전망이다(독일자동차산업협회 집계).

차량 부품 시장 세계 1위인 보쉬는 올해 초 2500개의 일자리 감축 계획을 밝히며, 추가 감축 가능성도 내비쳤다. 보쉬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차량부품 부문에서 나온다. 변속기 생산업체인 ZF프리드리히스하펜은 독일 내 직원 5만4000명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4000명을 2028년까지 감축하기로 했고, 콘티넨탈도 7150명을 줄이고 생산시설 일부를 닫는다. 셰플러도 47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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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의 타이창항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수출용 비야디(BYD)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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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거부…중국 전기차 질주 못 막아



코너에 몰린 이들 기업을 두고 변화를 거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유럽 정부는 탄소중립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녹색 장벽’을 세워 내연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해 산업 주도권을 지키려 했지만 완성차 업계는 기존에 우위에 있던 내연차 시장 수성 위주의 전략으로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다. 전동화 전환 시 자동차 부품 갯수가 크게 줄어 기존 일자리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한데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미국·유럽 전기차들은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모두 상품성이 떨어졌다. 이때 치고 나온 게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다. 특히 BYD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원료를 중국 내에서 조달하고, 배터리도 직접 생산하며 원가 경쟁력 더 높였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전기차들은 유럽·동남아·남미 등으로 판매 영토를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관세를 각각 102.5%·45.3%까지 부과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제는 중국 전기차의 질주를 막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독일은 중국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변수’도 예고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미국 밖에서 제조된 차량·부품 등에 대한 제재가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도 예상되는 상황이라, 독일 자동차 생태계는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



“韓 부품업체들도 글로벌 진출해야”



문제는 한국도 ‘제조업 붕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완성차·부품 업계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유동 자산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호실적을 낸 현대차·기아는 일단 인력을 확대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생산직 1100명, 기아는 내년까지 500명을 채용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구조개편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명예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 부회장)는 “인공지능(AI) 등의 발달로 전체 산업의 노동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자동차 기업들도 구조조정의 시기를 맞게 된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상황이 좀 다른데, 미국은 테슬라 등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며 세대교체가 일어난 것이고 독일은 자동차 산업을 중국에 의존하다가 혁신하지 못해 제조업이 붕괴된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2019년 영업이익률은 3%대에서 지난해 각각 9.3%·11.63%로 뛴 반면, 국내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3% 내외로 다소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계는 물론이고, 부품업체까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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