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거꾸로 매달고 꼬리 당기고…'생쥐 수난시대' 이젠 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식약처 올해 동물대체시험 허가
오가노이드·디지털트원 등 주목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S투자증권은 최근 '생쥐의 수난시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국내 제약사가 비만 치료후보물질의 근육 기능개선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생쥐를 철조망에 거꾸로 매달고, 앞발만 고정시킨 채 꼬리를 뒤로 당기는 실험이 소개됐다.

이 정도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우울증 약을 개발할 때는 꼬리를 천장에 고정시킨 채 공중에 거꾸로 매단다. '꼬리 서스펜션 테스트'라 불리는 이 실험을 통해 연구자는 생쥐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을 측정해 우울증과 관련한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동물실험은 비윤리적이라는 논란에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의약품의 효과나 독성을 평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고령화 등에 의약품 시장이 커지면서 이전보다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수도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 2022년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314만마리로 전년과 비교해 11.8% 증가했다.

하지만 동물실험이 반드시 개발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하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들어간 약물이 최종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약 9%에 그친다. 동물을 대상으로 약물이 사람의 몸에 끼치는 효과나 독성 문제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허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연초 의약품 허가과정에서 동물시험을 대체하는 전임상시험 자료제출을 허가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렇다면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인간의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일종의 미니장기인 '오가노이드'가 대표적인 기술로 꼽힌다. 오가노이드는 인간의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만큼 동물실험에서 확인할 수 없는 인체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환자의 조직에서 추출한 세포를 통해 맞춤형 약물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비즈워치

유안나 JW중외제약 신약2팀 팀장이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미국 피부연구학회에서 자체 개발한 탈모 치료후보물질 'JW0061'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JW중외제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JW중외제약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피부연구학회에서 피부 오가노이드 모델을 기반으로 한 탈모 치료후보물질 'JW0061'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오가노이드 기반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한 곳은 JW중외제약이 유일했다.

학회에 참여한 유안나 JW중외제약 신약2팀 팀장은 "전임상 연구 과정과 연구 기법, 연구 결과 데이터에 대해 질문하는 참가자들이 상당히 많았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는 장기 간의 상호작용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생체모사칩'이다. 간, 폐, 신장과 같은 여러 오가노이드를 칩으로 연결해 특정 약물의 장기 간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인 오프리메드는 임상시험에 등록한 환자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디지털트윈(가상환자)'을 만들어 의약품의 예후(처방 후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실제 환자를 대체하는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의 신체와 비교해 생물학적 구조가 단순한 동물의 디지털트윈도 만들 수 있다.

홍수지 오프리메드 대표는 "저희 기술은 동물의 데이터를 학습해 독성이나 약동학적 특성과 같은 의약품의 예후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며 "실험에 참여하는 동물의 데이터를 복제해 실제 실험에 쓰이는 동물의 수를 절반 이상 줄이는 방법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대체실험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나 데이터신뢰성 등의 문제로 기존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적 근거 마련을 넘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등 별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전문위원은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대체시험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고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최근 국내외에서 동물시험을 대체하는 규제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해도 이를 독려하고 연구개발이나 제조기반을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