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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지역 전력망 포화 사태에 “산업용 요금 차등 둬 수도권 수요 분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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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한 제6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정의포럼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전력망 위기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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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등 지방의 전력망 포화 사태를 해결하려면, 송전망 추가 건설만으로는 어렵고,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전력수요의 지방분산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국내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또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는 발전소가 한전에 전기를 파는 도매시장보다 한전이 공장·주택에 전기를 파는 소매시장이 더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이봉현)이 주관하는 제6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정의포럼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전력망 위기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에너지 분야의 학계·연구기관·시민사회·지역사회·기업·지방자치단체·정부가 한자리에 모여서 전력망 접속 제한으로 인한 재생에너지 발전·투자 차질을 점검하고, 지난 6월부터 시행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과 연계해서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호남·제주·동해안에서 발생하는 전력 계통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2031년 12월까지 해당 지역의 일부 변전소에 대해 전력계통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재생에너지의 발전·투자가 막히고, 기업들의 알이(RE)100(필요 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이행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핵심 전력망 조기건설과 함께 수도권의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려는 목적으로 수도권 전기요금은 올리고, 비수도권 요금은 내리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를 추진 중이다. 시행시기는 도매시장은 내년 상반기에 우선 시행하고, 소매시장은 2026년 이후로 미루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는 한전이 지역 구분없이 동일한 가격에 전기를 사들여, 동일한 가격에 팔고 있다.



포럼 발제는 전영환 홍익대 교수와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토론은 김창섭 가천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경식 H-ESG 고문(ESG네트워크 대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정규창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사업지원팀장, 정은진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최명환 한전 계통계획실장, 최윤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 지역에너지팀장, 한가희 기후솔루션 전력시장정책팀장, 계승모 산업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 사무관이 함께했다. 22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기후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포럼에서 제시된 정책제안들을 의정활동에 적극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전력망 포화와 송전망 투자





전력망 위기는 밀양 송전탑사태 이후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송전망 건설이 늦어진 탓도 있지만, 전력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모자라는 전력을 호남 등 지방의 남는 전력으로 충당해온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근본원인으로 꼽혔다. 전영환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망과 전력시장’ 발제에서 “수도권은 전국 전력수요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되어 있지만 발전은 34.1%에 그쳐, 전력수요 피크 때 수급불균형이 10%나 차이 난다”면서 “앞으로도 수도권 전력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인데, 송전망 추가건설 없이는 전력 추가공급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도 ‘분산에너지 특구와 전력수요 지방분산 추진 과제’ 발제에서 “송배전망 건설지연 문제의 완화를 위해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중요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며, “송전망 건설은 시급한 사항으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명환 한전 실장도 “수도권은 전력 자급률이 65%에 불과해 비수도권의 발전력을 융통하여 전력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앞으로도 전력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호남 등 비수도권에 태양광·풍력발전이 집중되면서 지역간 융통선로 건설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력망 적기 건설과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허용함으로써 수도권 전력수요를 더욱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전력망 추가건설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수도권 수요 집중과 전압안정도 문제로 송전망 추가는 비효율적”이라며 “이미 강력한 전원개발촉진법이 존재해 특별법은 옥상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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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비상





정은진 이사장은 “정부의 계통포화해소대책에 따라 광주·전남북·제주에서 2031년말까지 7년4개월 동안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허가가 중단되면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광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라고 지적했다. 호남은 국내 태양광 설비의 39%가 접속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핵심 지역이다. 전영환 교수는 “송전망 부족으로 경기도의 RE100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고, 해상풍력도 송전망 부족으로 추가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금도 재생에너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영환 교수는 “국가별 RE100 참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보면, 독일 89%, 영국 88%, 이탈리아 78%인 반면 한국은 9%로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정은진 이사장은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9.22%로 전세계 평균 30.3%의 3분의 1도 안된다”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21.6%를 달성하려면 매년 6GW의 신규 건설이 필요한데,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는 갈수록 줄어 올해는 2.5GW에 그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우려됐다. 전영환 교수는 “애플, 티에스엠시(TSMC), 볼보 등이 강화된 이에스지(ESG) 규제에 따라 해외 거래처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은 부품납품 계약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향후 공장 해외이전 사례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2025년 시행), 탄소국경조정제(2026년), 기업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화(2027년) 등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로 앞으로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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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맡은 전영환 홍익대 교수(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토론에 참여한 김창섭 가천대 교수(좌장),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정규창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팀장, 계승모 산업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 사무관, 한가희 기후솔루션 팀장, 최윤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 팀장, 최명환 한전 계통계획실장, 정은진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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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요금 차등화를 통한 전력수요 분산





전영환 교수는 “송전망 건설은 필요하지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 분산 없이 송전망 건설만으로 전력망 위기 해결과 탄소중립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지역별, 시간별 요금차등화를 통해 산업시설 분산, 송전제약 및 지방소멸 완화, 수도권 재생에너지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진 이사장은 “송전망 추가건설을 최소화하고 분산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전력수요 지방 분산과 지역자급률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환 실장은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해 지역 간 융통선로 건설을 최소화하려면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수도권은 대규모 발전소 건설이 쉽지 않고, 반도체산업과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는 인력 확보 어려움 등의 이유로 비수도권 입지를 꺼려한다”면서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요금 차등화를 통한 가격 시그널 제공과 전력계통영향평가 시행을 통한 전력수요의 전력망 여유지역으로 분산 유도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수용가의 지방이전 및 유치를 위해서는 지역별 요금차등화, 규제 특례, 세제 혜택 등의 지원책과 계통영향평가를 통한 계통포화지역 입지 제한 강화 같은 강경책이 동시에 활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많은 토론자들이 정부가 지역별 요금 차등화를 도매시장에 먼저 시행하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영환 교수는 “송전망 제약으로 인해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비수도권의 도매시장 가격은 하락하고, 재생에너지가 증가할수록 수도권과의 가격차이가 커져, 결국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면서 “수요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소매가격 차등화가 필요한데, 지역별 요금제를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을 같이 적용하지 않고 도매시장만 우선 적용하면 전력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지역간 불균형이 심한 것을 감안할 때 소매요금까지 포함한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안은 지역의 재생에너지 성장을 억제하고 소비자 혜택을 차단해, 발전소 밀집지역의 전기소비자들에게 공정한 소매요금을 부과하자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취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팀장은 “정부가 한전 발전자회사들에 대해 지역별 차등제 적용을 면제하면, 비수도권의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의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150개 전기사업자들이 다양한 요금제로 경쟁하면서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수요 중심지인 남부지역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변동요금제 선택을 유도해 전력망을 안정화하고, 발전 중심지인 북부지역은 저렴한 요금으로 인구 안정과 산업투자 확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전력 공급원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전기요금 상황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규창 한화솔루션 팀장은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이 수도권보다 현저하게 낮으면 태양광 사업자의 불만이 제기되고 지역의 신규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태양광사업자가 고정가격계약과 경매제도 등 안정적인 시장으로 들어올 유인이 있어 전반적으로 태양광 보급이 저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전력수급 안정,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 최소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를 통한 가격신호 제공과 함께 분산에너지 특구지역 내 전력거래 유인체계 조성, 송배전망 건설 및 운영체계 개선을 꼽았다. 김경식 대표는 “송전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초점이 IT사업자 진입을 통한 재생에너지 활성화보다 현지 생산-소비로 이동했다”고 아쉬워했다.



최윤수 팀장은 울산의 분산에너지 특구 신청 추진과 관련해 “울산이 특구로 지정되면 전력 직거래를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줄임으로써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다소비 기업을 유인해 수도권 포화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간 동반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울산의 장점으로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LNG 터미널과 저장시설 등 우수한 에너지 물류 인프라 구축, 기존 발전소 대비 10% 이상의 에너지 효율 향상 기대, 국가산단 내 대규모 수요처 밀집을 꼽았다.



전력시장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통신시장 개방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이뤄진 것처럼 전력 판매시장 개방과 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면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다”면서 “태양광 발전단가가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 다양한 요금제와 공급의 선택이 불가능한 한전 중심의 판매시장 독점체제는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박탈된 독점시장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 안정화가 어렵다”면서 “소매전력시장 경쟁도입과 요금자율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가희 팀장은 “소매시장 진입 요건이 엄격해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녹취정리 김서연 김효진 보조연구원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대형 발전소를 지어서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중심으로 소비하는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은 막대한 비용과 환경 훼손,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소비지역 인근의 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해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탄소중립 실현, ICT 기술활용을 통한 에너지신사업 창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24년 6월부터 시행했다. 분산에너지는 설비용량 40MW 이하 발전설비, 500MW 이하 집단에너지 설비 같은 분산형전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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