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가 길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당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율규제를 통해 이커머스 정산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안 되면 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후 플랫폼법은 올해 공정위 주요 과제로 꾸준히 지목됐다. 그러나 국내외 산·학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법안을 재검토하는 수순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배달의민족(배민) 등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문제나 티몬·위메프(티메프) 같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정산주기 문제가 올해 여름 불거졌다.
우선 공정위는 티메프 사태 관련해선 정산주기를 규율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 방향에 따르면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규모(판매금액)가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는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관리하는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는 신규 법안인 플랫폼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대신,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월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대상으로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특히 공정위는 기존 플랫폼법 내에서 다뤘던 ‘사전 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규율 대상은 ▲1개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명 이상 ▲3개사 시장 점유율 85% 이상·월간 활성 이용자 각 2000만명 이상인 사업자 중 매출액이 3조원 이상인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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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4조원으로 명시돼 국내 기업 기준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만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됐었지만, 3조원으로 바뀌게 되면서 배민이 개정안 규제 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전반적으로 플랫폼 업계는 혼란스러운 나날의 연속이다. 윤 정부 출범 당시와의 현 정반대 기조도 견디기 힘겨운데, 국회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발의가 속출하면서 이중규제 덫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계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 및 거래 공정화 법안의 각종 규제안들 부작용이 신생 플랫폼 기업 사업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한편, 대기업 중심 집중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타트업·플랫폼 업계도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을 끝내 규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히 배민은 이중규제 위기에 놓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 결과에 대한 배달플랫폼 업계 및 입점 업체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상생협의체가 결론을 낸 데에 따라, 공정위가 입법 카드를 직접적으로 꺼낼 가능성 자체는 낮아졌다.
문제는 이 결과를 일부 업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세게 항의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야당에서의 입법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재명 대표(더불어민주당)는 지난 15일 “상생협의체가 협의를 했다고는 하는데, 반쪽짜리 협의가 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상태를 방치할 수 없고, 자율 규제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일정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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