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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테슬라’ 머스크에게는 잘된 일?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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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3년 9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주차장에 테슬라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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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다. 다른 동력 장치 없이 배터리로만 달리는 순수전기차(BEV)만 놓고 보면, 미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다. 그런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행보는 일견 모순적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전기차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캠프에 합류하는가 하면,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세액 공제) 폐지에도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에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게 머스크 생각이다.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세액 공제 종료로 테슬라도 약간의 타격을 입겠지만, 경쟁사들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뼛속까지 기업인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미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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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미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후보와 함께 단상에 올라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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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전기차만 판매해 흑자를 내는 데 이미 성공한 테슬라와 달리 포드·제너럴모터스(지엠) 등 미국 시장 내 대부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전기차를 팔수록 손실을 내는 상황이다. 전기차 보조금만큼 가격을 올려 팔며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자동차평가전문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전기차 판매가는 올해 10월 기준 보조금 없이 5만6357달러(약 7853만원)다. 만약, 보조금이 폐지되면 적자 폭 확대를 감수하고 가격을 내려야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다.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제품인 모델3의 미국 판매가는 오토파일럿 포함 때 약 3만7990∼5만490달러(5294만∼7036만원) 수준으로 평균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전통적 완성차 업체를 따돌리고 미국 전기차 시장 1인자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머스크의 전략은 10년 전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 2013년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기차 관련 특허 기술을 모두 공개해 경쟁사들이 쓸 수 있게 했다. 당시 그는 “우리 경쟁자는 소규모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닌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라며 “전기차 시장은 나눌 만큼 충분히 크다”고 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는 게 당장 테슬라 성장에 더 중요하다 본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 에너지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 내 순수전기차 보급률은 1.24%(355만5900대)로 1% 문턱을 넘겼다. 시장은 커졌는데 경쟁은 치열해졌다. 미국 내 테슬라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최근 6년 사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성비’ 제품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발생하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는 게 중요해진 셈이다.



전기차 판매를 넘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판매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머스크의 구상도 트럼프와 손잡음으로써 탄력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연방 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해 각종 비효율과 규제를 철폐하는 일을 맡길 예정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업에 방해될 각종 규제를 머스크가 손수 손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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