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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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성남시장 재직 당시 결정한 것이어서 이 사건 국정감사 대상이었던 경기도 사무와는 무관했다. 대선 후보였던 피고인이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 기회이자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았다. 따라서 ‘당선될 목적’이 인정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20일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과 관련한 이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이 “경기도 사무와 무관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경기도 국정감사를 하는 데 이 대표가 엉뚱하게 성남시장 시절 특혜 의혹을 해명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인 ‘당선될 목적’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 상황은 재판부의 이런 판단이 유죄 논리 구성을 위해 전후 맥락을 잘라냈다는 의심을 사게 한다. 국민의힘은 국감 전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한 상태였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오전 10시6분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국감에서 조응천 감사반장은 “경기도정 전반에 대한 효과적 대안 모색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국감을 개시했다. 이런 말이 무색하게 야당 간사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곧바로 “오늘 대장동 관련 국감을 하게 된다”며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업무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어 같은 당 박성민·이종배 의원도 이 지사를 상대로 “성남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 자료를 왜 경기도에 와서 달라고 하느냐”며 따지자, 송석준 의원은 “오늘은 여당 대통령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국감”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도 국정감사이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때 업무를 국감 대상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21년 10월2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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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감은 저녁 7시9분 종료 때까지 온통 ‘이재명 성남시장’ 업무 관련 질의·응답으로 채워졌다. 유죄가 선고된 백현동 부지 발언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바로 전날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상황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경기도 국정감사 목적과 무관한 성남시장 시절 사무 발언을 했다”고 봤다. 대선 당선을 목적으로, 국감을 이용해, 허위사실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응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판단을 발판 삼아 국회증언감정법 대상인 해당 발언을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회증언감정법(9조3항)은 증인에 대해 ‘이 법에서 정한 처벌 외에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대표 쪽은 이 조항을 들어 검찰이 공직선거법으로 기소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는 자유로운 발언을 통해 국회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는 취지인데, 피고인은 (국회 기능인) 국정감사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1심의 이런 판단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국형사법학회장을 지낸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지난해 12월 논문에서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국회증언감정법상 벌칙 규정에 대해 국회 고발이 없는 한 검찰·법원 등은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 쪽은 항소심에서 백현동 부지 발언의 허위 판단 대응과는 별개로, 1심 재판부 유죄 구성의 허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국감에서 나온 질문 내용 등을 보면 (이 대표 발언의) 국감 관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국감 발언을 국회증언감정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한 1심 논리가 유지되면, 대선·총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국정감사에 기관 증인 등으로 출석한 예비 후보들 답변을 겨냥한 경쟁자의 고발이 잇달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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