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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5명 중 1명 옷벗고 지원자도 미달···인기 추락 '변호사 특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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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급감에 중도 이탈도 심화

10년 간 20% 가까이 퇴사

폐쇄적 조직 문화·낮은 처우 지적

경찰, 올 연말까지 개선책 마련 고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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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으로 경찰에 특별 채용(경감)된 이들의 이탈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자가 줄어 추가 모집을 하는가 하면 중도 이탈까지 심화하면서 인센티브 등 변호사 특채 제도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특채 1기 이후 지난 10년간 임용된 262명 중 19%(50명)에 달하는 퇴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특채 인력의 이탈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에는 10명이 이탈했고 2023년에도 13명이 중도 하차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10월 말까지 14명이나 퇴사하면서 이탈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문제는 인력이 속속 빠져나가는데 채용 인원도 4년째 정원에 미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로스쿨 도입 이후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2014년부터 매년 20명의 변호사를 경감(일선서 팀장급)으로 채용해왔다.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된 2021년부터는 채용 인원을 기존 20명에서 40명으로 늘렸지만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매년 최저 경쟁률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3월 변호사 경감 특채 모집에는 총 53명이 지원해 역대 최저 경쟁률인 1.33대1을 기록했다. 이는 검경 수사권 도입으로 경찰의 권한 강화에 대한 기대가 치솟았던 2018년 경쟁률(11.3대1)에 비하면 급락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입직한 이들 중 퇴사하는 이들마저 매년 증가하면서 추가 모집에 나서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미충원 인원에 대해서는 하반기 추가 모집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 특채 인기가 식은 이유로 경찰 특유의 폐쇄적 조직 문화를 꼽는다. 변호사 특채 출신 경감과 근무한 경험이 많은 한 경위는 “실질적인 수사 경험이 없다 보니 업무 스타일이 다르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적응이 어려우니 ‘경찰 출신 변호사’ 이름만 달고 대형 로펌으로 떠난다”고 전했다. 변호사 특채 출신 A 경감은 “승진을 하려면 주요 수사 부서에 가야 하는데 특채 출신이라며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며 “조직 내에서 이방인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업무량에 비해 낮은 처우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 로펌 소속 3년 차 B 변호사는 “대형 로펌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업무량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는 말에 경찰 특채를 포기했다”며 “처음부터 변호사로 일하다 차라리 비교적 문턱이 낮아진 경력 검사에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인력난으로 경찰 수사의 법률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변호사 특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2021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권이 강화되면서 전문성을 지닌 인재가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부터 다른 날 실시하던 신체·체력·적성검사를 같은 날에 실시하거나 근무 지역도 본인 희망을 먼저 조사한 뒤 성적에 따라 배치하는 등 채용 절차를 전격 개편하면서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호사 특채 출신이 가장 선호하는 보직은 일선 경찰서보다 상급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등 시도 경찰청 부서”라면서 “1년간의 통합수사팀 의무 복무 이후 희망 보직을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채용 절차 개편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 1월 경찰청에 변호사 특채 제도와 관련해 개선점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행정고시 출신은 5급 공무원 신분인 경정으로 채용되는 반면 변호사는 6급 경감으로 채용된다”며 “경찰에서 근무하려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경찰청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지호 경찰청장도 지난달 변호사 경력 채용 미달 문제를 해결할 개선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호사 경감 특채 경찰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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