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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 착취물 유포 등의 범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아동의 ‘잊힐 권리’ 보장에 대한 인식과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23년 8월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도적 기반을 촉구하는 ‘딜리트더칠드런’(Delete the Children)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한 시즌2에서는 아동 본인은 물론 제3자에 의해 노출·수집·이용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아동의 잊힐 권리 보장을 강조한다. 부모 등 가족이나 지인이 동의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무단으로 올린 게시물이 아동의 사생활과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유출된 아동의 개인정보가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아동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겨레신문이 지난 11월6일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좌장, 사진),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김효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보호팀장,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초청해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겨레신문은 지난 11월6일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좌장, 사진 가운데),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김효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보호팀장,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초청해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 좌담회’를 개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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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인 등 제3자에 의한 개인정보 범죄 악용
이날 참석자들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023년 4월부터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가 담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지우개’ 서비스는 아동의 ‘잊힐 권리’를 실현하는 국가 지원 사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이들은 “아동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아동의 개인정보를 노출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되지 않게 가려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나종연 교수는 “누가 올렸든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가 딥페이크 등의 형태로 확대·재생산돼 유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며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실제 지난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피해 현황 10차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피해 학생은 908명으로 집계됐다. 학생과 교직원 등을 합한 누적 피해자는 948명에 달한다.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가해자를 차단하거나 계정을 탈퇴한다고 해도 피해 발생의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김효정 팀장은 “수년이 지난 후 가해자가 피해 아동을 다시 찾아 협박하는 경우도 많아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은 지속적인 불안에 놓인다”며 “특히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가 동반 유포되는 경우 피해가 영구적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욱 커진다”고 지적한 뒤 신속한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최근 들어서는 부모가 아이 일상을 SNS에 올리는 ‘셰어런팅’(Sharenting)으로 인한 아동의 프라이버시 침해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셰어런팅은 양육의 경험을 나누면서 도움을 얻는 순기능과 별개로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녀를 온라인 범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아름 연구위원은 이날 좌담회에서 셰어런팅에 대한 경각심을 당부한 이유다. 김 연구위원은 “아동 중 31.4%만이 부모가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동 다수가 부모의 셰어런팅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삭제를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며 “부모가 자녀의 신체 노출 사진이나 위치 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게시물을 올릴 경우, 제도적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등 셰어런팅에 따른 아동 프라이버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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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제3자 규제 강화 및 ‘잊힐 권리’ 법적 보장을
이날 좌담회에서는 아동의 온라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포털과 SNS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책임 강화 △디지털 성범죄 유인 위험성이 있는 개인정보 게시글에 대한 제3자 삭제 요청 권한 부여 △디지털성범죄 고위험 상황에 대한 선제적 수사 △아동 초상권 보호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준 수립 △자녀의 디지털 안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부모 교육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나종연 교수는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올린 게시물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3자 게시물 처리에 대한 제도적 근거의 마련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플랫폼 사업자도 이용자의 콘텐츠 중에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가 인식될 경우 경각심을 주는 안내를 제공한다면 시민들의 인식 제고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정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와 관련된 개인정보는 제3자에 의해 유포되고 정작 피해자 본인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디지털 성범죄 가담을 유인하는 게시글에 대해 제3자가 삭제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로 특정되기 전 고위험 상황에 대한 선제적 수사 등의 조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민영 연구위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우개 서비스가 19살 미만인 미성년자 시기에 작성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에만 적용된다는 점,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원본 정보를 제3자가 복제·링크한 경우 또는 제3자가 직접 업로딩한 경우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점 등의 한계를 들며, 2023년 8월 시행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 연구위원은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아동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콘텐츠가 허위정보, 아동 학대, 불법적 온라인 광고 등 불법 유해 콘텐츠에 해당할 경우 구글, 메타 등 플랫폼업체가 의무적으로 삭제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 연구위원은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서는 삭제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한편, 아동이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위험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아동의 개인정보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점을 전문에 명시했다”며, (제3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선에서) 현행 개인정보 게시물의 정정·삭제권의 한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지우개 서비스의 법정화와 더불어 △링크 및 사본 게시물에 대한 삭제 권리 부여 △제3자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 안내문 서비스 제도화 등을 제안했다.
김아름 연구위원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만으로는 아동 프라이버시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가칭)‘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의 권익보호법’을 제정해 부모, 플랫폼 기업, 교육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을 통해 아동이 자라면서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부모의 자녀 초상권 보호 의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셰어런팅으로 인한 안동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신중한 태도와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아동과 부모을 대상으로 한 셰어런팅과 딥페이크 위험성에 대한 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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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잊힐 권리 법제화 위해 ‘딜리트더칠드런’ 참여
일반시민은 아동의 잊힐 권리 법제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동의 잊힐 권리 보장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 중인 ‘딜리트더칠드런’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해당 페이지(deletethechildren.sc.or.kr)에서 지지 서명하기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 캠페인 알리기 등이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는 “시민들의 지지 서명은 정부와 국회에 전달해 아동의 잊힐 권리 제도화를 앞당기는 데 소중하게 사용될 예정”이라며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금 바로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우영 의원(은평을·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아동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아동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비례·개혁신당 정책위의장)도 축사를 통해 “딥페이크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아동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아동 인권 인식 개선과 법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며 “아동과 청소년이 안전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셰어런팅 가이드라인
1.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2.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싫다”고 말할 기회를 주세요.
3. SNS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하세요.(게시물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지만 보안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세요.)
4. 아이의 개인 정보가 새고 있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검색해주세요.
5. 아이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6. 온라인 성범죄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주세요.(목욕 사진, 수영복 사진, 속옷 차림의 사진은 범죄자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세요.)
7.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8. 올린 게시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세요.(게시물 하나에 담긴 정보는 미미해도 모이면 상세한 정보가 될 수 있어요.)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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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발표1 : 셰어런팅이 아동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대책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23년 독일 도이치텔레콤이 진행한 ‘엘라의 메시지’(Nachricht von Ella) 캠페인은 셰어런팅이 자녀에게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부모의 무분별한 게시물들이 자녀의 신원 도용, 데이터 프로파일링, 사이버 괴롭힘, 성희롱, 딥페이크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프랑스는 셰어런팅으로 인한 아동 프라이버시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2024년 2월19일 법률 제2024-120호를 제정했다.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게시할 때 반드시 서로 협의하고 자녀의 의견을 고려해야 하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판사가 개입해 부모가 자녀의 동의 없이 사진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교육과 인식 제고 △특정 고위험 상황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SNS 플랫폼과 제3자 규제 강화 및 부모의 자녀 이미지 게시 때 경고 메시지 장치 도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김효정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보호팀장.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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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발표2 :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유형과 대응 방안
김효정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보호팀장
아동·청소년의 개인 신상정보는 온라인 공간 안에서 성범죄 대상 물색, 접근, 유인, 협박 등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개인정보 이용 디지털 성범죄 유형은 ①‘그루밍’ 즉, 가해자가 아동과 신뢰관계를 형성한 뒤 아동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내게 하고 이를 빌미로 고립시키는 유형 ②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동반한 촬영물 유포 및 또다른 성착취물로 재생산 ③온라인 상에서 특정 대상의 개인정보 수집 ④플랫폼 이용자 정보를 성적으로 편집·복제하는 사례 등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책임 강화(의무화)가 필수적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관련 개인정보는 제3자에 의해 유포되고,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디지털 성범죄 가담을 유인하는 게시글에 대한 제3자가 삭제 요청, 고위험 상황에 대한 선제적 수사가 적극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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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발표3 : 아동의 잊힐 권리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잊힐 권리’와 관련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6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 등을 통해 개인정보 정정 및 삭제,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인격권 침해 정보의 경우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정보를 삭제 혹은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2023년 4월부터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우개 서비스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3자에 의해 게시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기업의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제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삭제 지원 △링크 및 사본 게시물에 대한 삭제권 보장 △아동 특화 잊힐 권리 법제화(삭제권 선제적 안내와 지우개 서비스의 법적 근거) △제3자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 안내문 서비스 제도화 △아동의 법정대리인 권리행사 제한 △‘잊힐 권리’ 인식 제고 교육 등이 요구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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