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80억9000만원)와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를 전액 삭감했다. 예산 심의권을 가진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무기로 검찰 압박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과거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조치와 현 정부 들어 검사들에 대한 잦은 탄핵소추에 이은 '검찰 옥죄기'의 연장선이다. 검찰 외에도 민주당은 감사원 특활비·특경비도 전액 삭감했고, 경찰과 대통령실·경호처에 대한 예산 삭감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특활비 내역을 입증하라며 삭감 이유를 대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특활비 필요성을 역설했던 점에서 앞뒤가 안 맞는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반복된 내로남불이다. 이 밖에 정부가 예견하기 힘든 재정 수요에 대비해 편성하는 '예비비' 삭감도 야당 타깃이다. 지난 13일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소위는 예비비 4조8000억원 가운데 무려 절반을 삭감했다.
특검과 탄핵은 대통령 재의요구와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를 감안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기 힘들다. 하지만 예산 승인 여부는 국회 다수당이 맘만 먹으면 가능해 민주당은 대정부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 지금처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이라면 보복성 예산 삭감 유혹이 커질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유죄 선고 직후 사과나 반성은커녕 대규모 집회를 열고 판결 불복과 검찰 타도를 외쳤다. 권력기관 폐해를 시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판결과 수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특정 기관의 예산 삭감을 들먹인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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