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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에 쥐꼬리 월급… MZ 공무원들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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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기피 확산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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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이탈, 공무원 시험 경쟁률 저하 등 공직 기피 현상은 관료사회 전반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MZ 공무원부터 보수 인상과 처우 개선에 나서는 것은 갈수록 떨어지는 공직사회의 매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30대 공무원 A씨는 18일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통장에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이 찍히는 걸 보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든다"며 "주위에 이 같은 이유로 일찌감치 공무원을 그만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경제위기가 와도 직장을 잃을 일이 없다는 점이 공직의 큰 장점이었지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공직의 안정성이 주는 만족감이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민간기업 대비 열악한 근무환경과 얇은 월급봉투로 인해 젊은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실시한 5년 이하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대상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4만8248명 가운데 68.2%인 3만2905명이 '공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낮은 금전적 보상이 35.5%로 가장 많았다. 악성 민원 등 사회적 부당 대우와 과다한 업무량도 각각 18.9%, 13.9%에 달했다.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은 2016년 53.8대1에서 올해 21.8대1까지 하락했다. 7급은 2016년 76.7대1에서 올해 40.6대1까지 떨어졌다.

일부 보직의 경우 구인난을 겪고 있다. 충청남도는 가축 방역·질병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수의직 공무원(7급) 모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광섭 충남도의원에 따르면 수의직 공무원은 2022년 30명 모집에 3명만 응시했다. 수의사의 연평균 소득은 8200만원인데, 수의직 공무원 7급의 1년 차 연봉은 3400만원 수준이다. 정 의원은 "수의사가 동물병원을 개업해서 돈을 벌지, 누가 공무원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5년도 안 돼 공직사회를 떠나는 공무원도 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임용 기간이 5년이 되지 않은 퇴직자는 1만3566명으로, 2019년 6500명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근속에 따른 임금 인상은 안정성은 있으나 젊은 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차별을 줄이려면 직무 가치에 따른 보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인사혁신처가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우선 올해 9급 저연차 실무 공무원의 기본급을 최대 6% 인상했다. 또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기 위해 5년 이상 재직 공무원에게만 지급되던 정근수당 가산금을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에게도 확대했다. 이 같은 처우 개선을 통해 2024년 9급 초임의 연보수는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어섰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은 "연봉 3000만원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청년 세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인사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 중심 공무원 평가도 중요하다. 인사혁신처는 능력에 따라 선발·보상하는 공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공모직위 속진임용제를 도입했다. 과장급 이하의 경우 최저 연수를 충족하지 않아도 승진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3년 이상 최상위 등급(S등급)을 받은 국가공무원에게 최대 50%의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했다.

악성 민원도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은행 등 민간에서는 선배나 책임자가 악성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데, 젊은 공무원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에 접수된 폭언, 폭행, 성희롱 등 공직자 대상 '특별 민원'은 3116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2463건 대비 27.9% 늘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재해 예방 종합계획을 통해 과로·직무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공무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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