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핵심 쟁점은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었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와의 연결 고리와 보은 인사 의혹을 앞세워 박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장범 KBS(한국방송공사) 신임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디올의 제품을 들어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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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앵커였던 박 후보자는 2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최근 많은 논란이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죠”라고 발언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논란이 된 명품 가방과 색상만 다른 동일 상품을 들어 보이며 “야당의 정치 공작에 죄 없는 영부인이 희생된 사건이었다는 걸 연출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며 “권력에 대한 아부”라고 쏘아붙였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권력의 명품 수수 사실에 관한 프레임을 바꿨다”고 거들었다. 박 후보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장범은 꼭두각시”라는 공격도 잇달았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고대영 전 KBS 사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 후보자는 꼭두각시 사장에 불과하다”며 “고 전 사장과 절친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영상’ 차단을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명품이라 표현하지 않고, ‘파우치’라고 쓴 배경이 있나”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공식 사이트에 ‘디올 파우치’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 파우치는 팩트(사실)이고 상품명”이라며 “방송이라 영어를 우리말로 풀었고, 작은 가방이라 그렇게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사전을 찾아봤더니 파우치가 ‘스몰백’이라 돼 있다. 이걸 가지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담 방송 덕분에 사장직 후보에 발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최수진 국민의힘 의원)는 물음에 박 후보자는 “프로그램 하나로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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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는 박 후보자 측의 허위 답변 논란으로 30분간 파행을 겪었다. 박 후보자 측은 2월 대통령 대담에서 “‘야당이 (명품가방 의혹을) 줄기차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질문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야당은 “최종 대담 방영본에선 그런 질문이 없었다”며 허위 답변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가 사실 확인을 거쳐 사과하며 파행은 일단락됐다.
이날 박 후보자는 위장 전입,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 상습 미납, 부당 인적공제 등 논란에도 머리를 숙였다. 다만 KBS 기자들이 ‘박 후보자를 거부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잇달아 발표한 데 대해서는 “특별히 (성명서에 대해서) 반성할 내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는 19일까지 이어진다. 2015년 KBS 사장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 뒤 이틀에 걸쳐 진행하는 건 처음이다. KBS 사장은 이사회 임명 제청과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재송부를 요청한 뒤 임명할 수 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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