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일간지 인터뷰서 "미·중 간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야"
트럼프 재집권·북러 군사밀착 상황 변화…중국 중요성 커져
비자 면제 등 중국도 손 내밀어…트럼프 재집권 대비 유연성 키우는 측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
(리우데자네이루·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김승욱 김영신 기자 = 임기 전반기 한미일 삼각 협력을 중심축으로 한미동맹 강화에 진력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미뤄둔 '숙제'인 한중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년여 간의 노력 끝에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체계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이 그 토대가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브라질 일간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가치 외교를 중시하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비교할 때 미국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중국 쪽으로 한 발짝 이동한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외교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결속을 중시하는 가치 외교에서 벗어나 급격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우리 외교 기조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 비교해 볼 때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는 계속 중국을 중시해 왔고 관계 강화를 위해 애써왔다"며 "기조 변화라기보다는 한미동맹의 완전 복원, 한미일 협력 강화가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여간 윤 대통령의 가치 외교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으로 정점에 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과 북러의 군사 밀착에 따른 안보 위협 증가라는 상황 변화가 발생하면서 한반도 안보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안보 정책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고, 현실에 적응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달라진 상황에 따라 그간 미진했다고 보인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더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
중국 역시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중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중국 정부는 관광·비즈니스 등의 목적으로 최대 15일까지 비자 없이 중국에 체류할 수 있는 '일방적 무비자 정책' 대상국에 우리나라를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발표된 중국의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두고 중국이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상응해 같은 조치를 하기에는 여행객 숫자나 방문 목적 등에서 다소 저어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중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로 손뼉 치며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민간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관계 해빙의 신호가 감지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한과 방중을 각각 제안했고, 두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하다"고 상대방에게 화답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군사도발의 책임이 한미일에 있다며 일방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던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에 유연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부담스러운 요구를 던질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운동장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는 당연히 동맹국과 우호국에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비용 부담을 물을 것"이라며 "우리가 스스로를 거기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으며 철저히 비용 편익적·거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함께 가는 것은 우리에게 숙명과 같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며 "트럼프 재집권을 생각할 때 미·중 간 하나를 선택할 일은 아니라는 식의 발언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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