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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포레스텔라·BTS팬이 소녀상 건립까지 “일본인들 소녀상 협박, 한국 정부는 왜 무대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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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 소녀상을 건립한 로사마리아 카이아차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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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일본인들은 우리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에 사과했으니 더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에 물어보라는 식이다. 그런데 더 궁금한 건 한국은 왜 이런 사태에 무응답인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섬의 주도인 사사리에서 온 로사마리아 카이아차(65)는 사사리에서 약 100㎞ 떨어진 해변 휴양도시 스틴티노시에 지난 6월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을 세운 이들 중 한명이다. 오랜 친구인 리타 림바니아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여성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 명명하며 스틴티노를 찾는 세계 관광객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소녀상을 둘러싼 일본 일부 세력의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아무런 반응이 없어 의아하다고 물었다.

포레스텔라·BTS팬으로 위안부 관심

건립 뒤 일본쪽 협박 메일·소포 쇄도

“교도통신 ‘일본 주장 병기’ 사실 아냐

아무 반응 없는 한국 정부가 의아해”

외교부 “정부 관여 바람직하지 않아”

“일본 혐한·극우 인사들이 시장과 시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협박 메일을 보내거나, 관련 내용이 쓰인 편지나 물품 등을 소포로 보낸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에 더 한 짓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 입장을 물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쪽에서는 아무 답변이 없었다.”

그러면서 스틴티노시에서 일본의 주장을 병기해 표시하기로 했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위협은) 일종의 협박, 스토킹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언론 일포그리오는 6월24일 “여성들의 비극을 둘러싼 ‘정치적 조작’이 지난 토요일 사르데냐에 세워진 소녀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보도했다. 18일 한국 외교부는 한겨레에 “소녀상 설치는 지역과 시민 사회 등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한·일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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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해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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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틴티노 소녀상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에 세워진 이래 해외에서 세워진 14번째 소녀상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이후 공공부지에 두번째로 설치됐다. 스틴티노 소녀상에는 한국어 외에도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적힌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됐다. 이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가 군대의 성노예로 이용했고, 소녀상은 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이라고 쓰여있다. 일본은 이 소녀상 제막식 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전해왔으나 소녀상은 5개월가량 굳건히 세워져 있다. 소녀상을 본 현지인 또는 세계 관광객들의 반응은 어떠하냐는 질문에 “이탈리아 사람들의 반응도 세계인들과 유사하다. 선진국이라 생각한 일본의 국가 주도 범죄를 확인해서 놀라고, 또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서 놀란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이아차는 그리스·스위스의 도시에도 추가 소녀상 건립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 바다가 보이는 도시와 자신이 사는 사사리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다.

그는 로마 근교에서 태어났지만,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사르데냐섬에서 50년을 살았다. 교사로 25년을 지낸 뒤 3년 전부터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를 전하는 웹진 ‘코탈리아’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그가 소녀상을 건립하는 데 이렇게 열정적이었던 이유는 한국에 대한 애정때문이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답게 한국의 패션에 관심이 있고, 케이팝 스타들 중 포레스텔라 강형호와 비티에스(BTS) 정국을 매우 좋아한다. 기자에게 이들 사진을 소개하며 팬심을 마구 드러내던 그는 한복을 입고, 설악산을 등산하는 등 한국의 다양한 면을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 한국의 벚꽃 피는 초봄과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을 보러 방문했던 지난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들러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진실도 더 깊이 알아봤다고 한다.

수요시위서 “양국 넘어 여성인권 문제

피해자 곁에서 함께 걷겠다” 연대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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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마리아 카이아차가 11월13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수요시위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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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로사마리아 카이아차(왼쪽)와 백광열 연세대 전 교수.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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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교류해오며 소녀상 설립에 도움을 준 백광열 전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은 이날 그와의 인터뷰에 동석해 “(카이아차가) 박물관에 오기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한국은 유럽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유럽인들이 가까이 느끼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카이아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가 한·일 양국의 문제를 넘어서는 여성 인권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674차 수요시위에서는 이탈리아어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들 곁에 서서 연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고통받아온 이들에게 정의가 정당한 인정과 존중을 가져다줄 것을 희망하며 우리는 이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는 연대발언을 남겼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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