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2018년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활동보고서’를 보면, KBS 기자들은 박 후보자가 당시 ‘국정농단’ 보도를 지연·누락시킨 실무 책임자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2015년 12월~2017년 1월 법조팀·사건팀을 지휘하는 사회2부장이었다. 2016년 10월14일 사회2부 기자가 최순실(최서원)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 관련해 이대 교수협의회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작성했지만 결국 부장 지시로 보도되지 못했다. 그해 12월7일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광주지검의 세월호 참사 해경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현장 기자의 단독취재 보고를 박 후보자가 “오늘 뉴스 아이템이 많아 못 들어간다”고 전달했다. 이 내용은 10여일 뒤 SBS가 단독 보도했다. 특종이 낙종으로 바뀐 것이다. 박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인했지만, KBS 내 공식 보고서와 증언들이 엄존해 있다.
박 후보자의 이런 ‘정권 경호’ 방송 이력은 지난 2월에 빛을 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수수한 명품백에 대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해 사건 의미를 축소하고 공영방송 명예를 실추시킨 게 대표적이다. 결국 KBS 기자들이 기수별로 공개 릴레이 사퇴 요구 성명을 낼 때마다, 이 장면은 상징적으로 언급됐다.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자다. 권력의 부패와 무능에 예리한 비판 칼날을 세우기는커녕 국민의 눈높이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그런 생각으로 공영방송을 이끈다면, 공영방송 KBS가 김 여사 의혹들을 어떻게 다룰지 우려스럽다. 지방선거 공천·인사·국정 개입, 정치 브로커를 통한 대선 경선 여론조작, 이권 개입과 대통령 일정·메시지 유출 등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그를 KBS 사장에 앉히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정권 사수대’는 검찰·감사원·방심위·권익위 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없는 박 후보자는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박장범 KBS사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KBS재장악시도’ 모니터를 보며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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