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당원 행사서 범행…피해자 측 “당시 정신 잃어”
공화당 내서도 ‘진상 확인’ 목소리…낙마 가능성도 제기
트럼프는 철회 의사 없어…법무장관 후보도 성 비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발탁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44·사진)와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42)의 성 비위 논란이 계속되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지명자의 낙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명 철회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의 법률대리인은 성명을 내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이 개최된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한 호텔에서 헤그세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과 사건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하고 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액수와 돈을 준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헤그세스 측은 합의금을 준 것은 사건이 공개되면 자신이 진행자로 일하던 폭스뉴스에서 해고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며 헤그세스가 오히려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측은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였다”며 “요구액보다 크게 감액한 선에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이 사건 2년이 지나서야 법적 대응에 나섰으며 헤그세스 측이 2020년 2월 합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자 같은 해 12월 상대가 변호사를 고용해 협상을 시작했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제시했다.
헤그세스 측은 이 여성과 호텔 바에서 만났으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취한 모습이었으나 여성은 그렇지 않았고 헤그세스를 이끌고 호텔 방으로 향했다. 당시 감시카메라에서는 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걷는 모습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WP는 해당 여성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 보낸 편지를 입수해, 헤그세스가 제시한 사건의 사실관계와는 다른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편지 발송자에 따르면 당시 30세이던 해당 여성은 공화당 행사 참석자였으며 남편, 아이들과 함께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업무는 헤그세스를 숙소로 안내하고 다음날 아침 공항으로 제때 출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편지에 따르면 이 여성은 사건 당일 밤 호텔 바에서 헤그세스와 술을 마시던 다른 여성들로부터 “헤그세스가 우리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으며, 여성들이 떠난 뒤 헤그세스가 짜증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다음날 아침 헤그세스의 호텔 방에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억이 흐릿했으나, 집으로 돌아와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떠올라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와 당국에 신고했다고 했다. 경찰은 헤그세스를 조사한 뒤 검찰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인수위에선 이 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헤그세스를 여전히 지지한다고 WP는 전했다. 인수위에 편지를 보낸 인물은 언론의 추가 접촉에는 응하지 않았다.
또 다른 성범죄 혐의를 받는 게이츠를 두고도 공화당 내부에서 우려가 나온다. 게이츠는 과거 17세 여성을 상대로 성매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곧바로 하원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윤리위 보고서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통상적으로 조사 대상 의원이 중도 사퇴하면 조사는 종결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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