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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앵커칼럼 오늘] 범죄자의 길, 판-검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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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들고 있는 골리앗의 머리가 역겹고 비참합니다. 카라바조의 자화상입니다. 슬픔과 연민에 찬 다윗도 카라바조입니다. 젊은 그가 늙은 그를 죽인 겁니다.

그는 감옥을 드나들다 살인까지 저질러 도망 다녔습니다. 속죄의 그림으로 교황에게 용서를 빌었지만 때늦었지요. 사면 받으러 로마로 가는 길에 숨졌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그리다 교황과 틀어져 로마를 떠납니다. 교황이 그를 달래 돌아오게 합니다.

콧대가 높아졌을 법하지만 정반대였습니다. 성 바르톨로메오가, 순교하며 벗겨진 살가죽을 들고 있습니다. 얼굴과 전혀 다릅니다. 미켈란젤로 자신입니다.

자존심을 꺾고 돌아온, 살가죽보다 못한 인간입니다. 겸허한 참회가, 인류 예술사의 거목으로 선 힘입니다.

사법 첫 관문을 못 넘고 주저앉은 이 대표가 또 장외로 나가 외쳤습니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

스스로를 민주주의, 나라의 미래와 동일시했습니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대놓고 겁박했습니다.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 "법 기술자들의 사악한 입틀막이다"… "인마! 법관 출신 주제에" 라고 했다가 "모든 법관님들께 사과 드린다"던 의원, 다시 "일개 판사" 운운했습니다. 가관입니다.

선거법과 위증 교사 사건은 검찰이 들춰낸 게 아닙니다. 공개적인 발언이 고발되고, 법정 자백에 따라 기소됐습니다. 그런데도 "정적 제거" "정권 부역" 이랍니다. 식상합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단일 대오'를 부르짖습니다. '판결 불복' '사법 부정'으로 치달아 퇴로를 닫아버리는 것 자체가 '이재명 단일 체제'의 치명적 함정입니다.

"죽지 않는다"지만 이 대표 앞길, 첩첩산중입니다.

다음 사법 관문은 영장을 기각했던 판사조차 밝혔지요.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겸허하게 삼가는 게 낫겠습니다.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했던 말씀, 돌려드립니다.

'법률 해석은 범죄자가 아니라 판-검사가 하는 것이다.'

11월 18일 앵커칼럼 오늘 '범죄자의 길, 판-검사의 길'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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