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역대급 수위, 파격적인 노출 등. ‘히든페이스’를 향한 여러 수식어가 흉흉한 소문처럼 따라붙고 있다.
‘히든페이스는’(감독: 김대우, 제작: 스튜디오앤뉴, 배급: NEW)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 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 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 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당초 원작인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 ‘히든페이스’는 인물 간의 서사와 감정은 모두 빠진 채, 밀실에 스스로 갇히게 된 약혼녀가 겪은 심리적 압박과 이후 밀실에서 벗어나게 되는 과정을 쫄깃하게 보여준 ‘밀실 스릴러’라는 설정과 설명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참신한 소재와 줄거리로 호평을 받았던 원작이지만, 한국판으로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소식에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원작을 통해 간파당한 트릭을 다시 한번 리메이크작에 재활용할 수 없는 노릇인데, “대체 리메이크작에서는 어떤 ‘쫄깃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대우 감독의 손을 탄 한국판 ‘히든페이스’는 예측 밖의 이야기를 선사했다. 의문의 소음을 통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원작과는 달리, 김 감독의 ‘히든페이스’는 인물 간의 풍부한 서사를 추가해 관계성을 통한 긴장감을 추구했다. 이렇듯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가 바뀌어버리니, 사실상 ‘스스로 밀실에 갇힌 여자’라는 설정과 높은 수위를 제외한 원작의 흔적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물론 원작보다 높은 노출 수위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작과 달리 ‘각자의 욕망에 눈이 먼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리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은 아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세 인물의 이상한 질주가 계속되고, 과연 그 끝은 어디일지 궁금해지는 도파민 서사가 휘몰아치다 보니, ‘노출’ 자체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더불어 ‘히든페이스’가 청소년 불가 관람가를 인정받은’ 성인영화’라는 점을 염두에 둬서 보면, 그저 작품이 본분을 다했다고도 읽힌다. 결핍된 인물들이 욕망을 눈앞에 두고 어디까지 처절해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노출’이었을 뿐. 덧붙여 노출 장면을 포함한 배우들의 의상, 배경, 소품 등, 화려하고도 기괴한 작품의 ‘미감’도 관람 포인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 말이 있다. 극 초반 송승헌과 박지현의 적나라한 열연이 작품의 몰입력을 단번에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극 중 수연(조여정)이 밀실에 갇혀 두 사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지켜보며 느꼈을 분노와 배신감을 관람객에게 느끼려 한 의도였겠지만, 반복되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살색 합주는 감정이입을 넘은 피로감까지 안겨주는 듯 하다.
분명 ‘히든페이스’는 원작이 주었던 ‘스릴’과 ‘미스터리’를 기대하며 극장을 들어선 관람객에게는 꽤 날벼락 같은 경험이 될 작품이다. 하지만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을 잇는 김대우 감독 특유의 탐미적인 ‘도파민’ 가득한 성인영화를 기대하는 관람객에게는 G.O.A.T(Greatest Of All Time)가 될 수 있겠다.
11월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15분
/yusuou@osen.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