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이 3분기 실적 부진에 빠졌다. 정부가 시멘트 가격을 두고, 시멘트업계, 건설업계, 래미콘업계 등을 모아 중재에 나섰지만 협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가격 인하 입김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시멘트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전망이 어둡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시멘트 제조사(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중 쌍용C&E,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 3개사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5% 넘게 급감했다.

시멘트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쌍용C&E의 3분기 매출액은 3729억원으로 전년 동기(4204억원) 대비 1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전년 동기(476억원) 대비 39.3% 급감했다.

성신양회 3분기 매출액은 2618억원으로 전년 동기(2587억원) 대비 1.2%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기록한 104억원보다 38.8% 줄었다.

아세아시멘트는 3분기 매출액(2460억원),과 영억이익(284억원) 모두 전년 동기(매출액 2884억원, 영업이익 438억원) 대비 각각 14.7%, 35.1% 하락했다.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는 영업이익이 소폭 늘었다. 한일시멘트는 3분기 매출액 3894억원(전년 동기 대비 8.3% 하락), 영업이익 733억원(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을 기록했다. 삼표시멘트의 3분기 매출액은 1722억원(전년 동기 대비 4.6% 하락)이었고, 영업이익은 252억원(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이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출하량이 줄고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등 악재가 겹쳐 내년뿐 아니라 그 이후까지 어렵다는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시멘트 수입 추진, 건설업계의 가격 인하 요구 등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 투자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시멘트 업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 수주 자체도 줄어드는 상황이라 앞으로 긍정적인 사인이 전혀 없다”며 “건설업계가 지속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시중은행도 대출 조건을 완화하지 않으면서 건설공사를 일으킬 유인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측이 중재에 나섰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모습으로 비춰져 아쉽다”고 했다.

한 시멘트제조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정도로 힘들다”며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영업이익률이 5%를 넘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원자재 가격에 대한 압박이 크다”며 “시멘트는 건설사가 사용하는 원자재 가격의 20~30%를 차지한다.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가 공생하려면 시멘트 단가 동결 혹은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방재혁 기자(rhin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