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6자회담 때와 달리 北 상황에 대한 미중 간 '긴밀한 외교' 끝나"
전문가 "미중 경쟁으로 北 문제 '중국 역할' 난망"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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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미중 대화에서 북한 문제 관련 논의의 '접점' 마련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입장을 내놔 주목된다. 한반도 문제를 대하는 미국, 중국의 계산법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전략포럼에서 최근 미중 대화에서 북러 협력이 "점점 더 불편한 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중국은 러시아의 부추김으로 북한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나 군사적 전개를 고려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현재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인 셈이다.
캠벨 부장관도 "중국이 최근 북러 간 협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라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러 협력에 개입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러 협력이 중국에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을 강조해 중국이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는데, 이는 미국도 북한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캠벨 부장관은 이러한 현재 상황을 과거 북핵 6자회담 때와 비교했다. 그는 6자회담 시기엔 미중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해 진지하고 세부적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며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한 미중 간 '긴밀한 외교'는 이제 정말 끝났다"라고 평가했다.
캠벨 부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페루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비판하고 "북러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추가 파병을 통한 충돌을 막는 데 이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시 주석의 반응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News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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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부장관의 이번 발언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의 '한계'를 미국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감'은 내려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사실상 그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라며 "중국이 나서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중국 역할론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명백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18년 하반기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이후부터는 중국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북한 비핵화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며 "캠벨은 그걸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북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 이후엔 변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설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바이든 측과 협력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트럼프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협력의 수위를 높이든지 아니면 현재 입장을 유지하든지, 낮추든지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 후, '북핵 일부 인정·주한미군 철수'와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등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위험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 인정'은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중국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좌시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핵 동결과 군축은 중국 입장에선 핵을 용인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기본 입장이 흔들리는 것, 이는 중국이 두려워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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