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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래커 시위 이어 경찰서 둘러싼 서울여대 학생 500명…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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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 오전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 앞에서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성범죄 의혹을 받는 A교수가 이를 알리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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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가 이를 공론화한 학생들을 고소하자 재학생들이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서울여대 학생 500명(주최 측 추산)은 19일 서울 노원경찰서 앞에서 ‘명예훼손 무죄 결정을 위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대자보는 성범죄 은폐를 막고 학생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붙인 것이며 그 내용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불송치라는 합리적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재학생들은 “대학 내 성범죄 알렸더니 날아온 고소장, 교수는 악의적 고소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7월 서울여대 인문대학 소속 A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신고를 받은 학교가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올해 9월에서야 알게 됐고,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반발했다. 또한 학교의 공개 사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에 A교수는 자신을 규탄하는 대자보 내용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학생 3명을 지난달 고소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 “성범죄자 교수 OUT” “서울여대는 당신의 룸살롱이 아니다” 등의 문구를 붉은색 래커로 칠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건물 외벽에는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수치심을 먼저 배워라” “학교가 학생을 지켜야 학교지, 성범죄자를 지키면 학교냐” 등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학교 측은 사안의 심각성에 공감한다면서도 학내 공공 시설물을 훼손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교내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시위에는 동료 교수도 참석해 발언했다. 신현숙 서울여대 독어독문과 교수는 “20대 초반 아름답고 행복할 시간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추운 날 힘겹게 싸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의 편이라서 나온 게 아니라 학생들이 옳기 때문에 나왔다”며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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