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위기 게이츠 살리려 트럼프도 나서
재무장관 인선 지연 속 측근 간 갈등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운동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쓰고 지난달 12일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캘리포니아주 코첼라 유세에 모습을 드러낸 맷 게이츠 당시 연방 하원의원. 그는 13일 트럼프 당선자에 의해 집권 2기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 코첼라=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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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듯 진행되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지명의 속도가 느려졌다. 이목이 집중된 재무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가운데 ‘충성파 법무장관 카드’가 공화당 내에서마저 반감을 부르며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즉흥 인사’ 뒤탈과 측근 간 권력 암투가 겹치며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기내서 2시간 만에 낙점된 법무장관
1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연방 상원 인준이 필요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급 자리 25개 중 13개가 채워진 상태다. 당선자 확정 뒤 12일 만이다. 미국 아메리칸대 코고드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마칙 학장에 따르면 전날까지 트럼프 당선자는 집권 1기 내각을 꾸릴 때보다 4배 정도 빠른 속도로 인사를 단행했다.
정점은 12~14일이었다. 하루에 각료가 세 명씩 지명됐다. 그러다 주말을 지나며 지명자 이름이 불리는 횟수가 이틀에 한 번(16, 18일 각 1회)꼴로 뜸해졌다. 배경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속도전은 부작용을 낳았다. 맷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의 법무장관 발탁이 대표적 사례다. 1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2시간가량 만에 그를 낙점했다. 통상 절차에 따른 검증도, 인준권이 있는 상원과의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자의 최측근 충성파인 게이츠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2020년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대상이 됐던 인물이다.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상원의원 100명의 과반이 찬성해야 인준안이 가결되는데, 공화당 의원이 53명에 불과한 데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 비토 기류도 만만치 않다는 게 미국 언론들이 전하는 분위기다. 이에 트럼프 당선자가 게이츠 구명을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직접 설득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18일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머스크 천하? 교통장관 집어넣기는 불발
난맥상은 이뿐 아니다. 인사를 놓고 트럼프 당선자의 신구 측근 간 알력이 심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게이츠를 천거한 트럼프의 오랜 참모 보리스 엡스타인을 상대로 트럼프 승리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재무장관 인선 지연에도 머스크의 개입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보도다.
집권 1기 때인 2019년 1월 24일 미국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관세 차트를 들고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 옆에서 웃고 있는 숀 더피 당시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그는 18일 트럼프 당선자에 의해 집권 2기 초대 교통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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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머스크의 입김이 항상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18일 2기 행정부 교통장관으로 숀 더피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는데, 머스크가 편든 인물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우버 임원 출신 에밀 마이클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성파로 분류되는 더피 지명자는 위스콘신주 지방검사 출신이다. 2011~2019년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친(親)트럼프 미국 방송 폭스비즈니즈의 TV쇼 ‘더 바텀 라인’의 공동 진행자로 활동해 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에 이어 각료로 낙점된 두 번째 폭스 계열 TV 진행자다.
그러나 머스크 건재를 확인하는 사례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19일 머스크 소유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발사를 참관할 예정이라고 NYT 등이 18일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조직에서 머스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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