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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총리님 파이팅…근데 파란색 입고 오셨네"…배식봉사 웃음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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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간부들과 함께 토마스의집 찾아 봉사활동

한 총리 "밥에 사랑 듬뿍 담겨 나도 기운 나"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낮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집'에서 배식봉사를 하는 모습.(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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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어르신들, 식사 많이 하세요."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낮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사회복지시설 '토마스의집'에는 점심을 먹으러 온 이들에게 뜨거운 밥을 퍼주고, 서빙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하늘색 조끼와 장화로 갈아입고, 플라스틱 마스크를 쓴 채 배식에 나섰다. 점심 메뉴는 현미밥과 소고기미역국, 오징어젓갈, 인삼튀김, 제육볶음, 김치로 구성됐다.

식사하려고 들어온 노인들은 한 총리를 보고는 사진을 찍거나 "총리님 감사합니다" "총리님이 떠주는 밥을 언제 먹어보겠나"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일부는 "살다 살다 총리랑 악수도 다 한다" "총리님 무조건 화이팅입니다, 그런데 파란색 입고 오셨네"라며 웃음을 자아냈고,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쓴소리에도 한 총리는 "제가 더 잘하겠다"고 부드럽게 넘겼다.

한 총리가 이날 방문한 토마스의집은 1993년 문을 연 급식소로, 남구로 인력시장에 일감을 찾으러 온 일용직 근로자나 쪽방촌 주민, 노숙자 등이 주로 이용한다.

이곳은 2012년 이용자들이 "공짜 밥 먹기 싫으니 밥값을 받아라"고 건의하며 '자존심 유지비'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용자들은 밥값으로 200원을 내며, 이 돈은 명절 선물 등 취약계층 지원에 다시 쓰인다. 그렇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없이 성금만으로 주 5회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평소 350명 정도가 방문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오늘 누가 왔는지 인삼튀김에 대봉감까지 맛있는 거 실하게 많이 나오더라"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5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번 방문에는 한 총리뿐만 아니라 손영택 국무총리비서실장, 김종문 국무1차장, 남형기 국무1차장, 김수혜 공보실장 등 총리실 실국장급 공무원 29명이 참석했다.

원래 한 총리만 봉사에 나서려 했으나,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민생을 잘 챙기려면 총리만 민생행보를 할 게 아니라 간부들도 총리와 함께 어려운 분들 있는 현장을 찾고 생생한 말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단체 봉사가 이뤄졌다.

토마스의집 대표인 김종국 신부는 "출소 후 갈 곳 없는 재소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다가 급식소를 설립했다"며 "이곳은 단순한 급식소가 아니라, 한 끼 식사를 통해 희망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여기 와서 식사하는 분들을 우리는 '우리님들'이라고 통칭한다"며 "우리님들이라고 해서 식사하고, 대접하고 얘기할 때마다 참으로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는 사랑 아닌가. 밥 한 끼 와서 먹더라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있다는 것도 참으로 좋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사실 이 모든 걸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인데, 이분들이 힘을 얻어서 앞으로 자립하도록 더 힘을 쓰겠다"며 "이런 훌륭한 일을 하는 신부님이나 기관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고, 신부님이 항상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알 거기 때문에 든든하게 느낄 것"이라며 "밥의 질을 보면 아는데, 밥을 지은 사람의 사랑이 듬뿍 담겨서 뜨는 나도 기운이 났다"며 "고 밝혔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직원 성금 등을 모아 토마스의집에 김, 미역, 건새우, 인삼 튀김, 대봉감 등 식자재와 간식도 전달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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