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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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9일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이번이 5번째 기소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은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수사·기소해왔다.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나자마자, 또 추가 기소를 한 것이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이처럼 노골적인 표적 수사·기소는 없었다.
이 사건은 앞서 2022년 경찰이 수사했으나 이 대표와 법인카드 사적 사용의 연결 고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종결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검찰로 사건을 넘기고 검찰은 전담 수사팀에 맡겨 다시 수사에 나섰다. 경기도청은 물론 법인카드를 사용한 세탁소, 과일가게, 음식점까지 수백곳을 압수수색했다.
법치국가에서 야당 정치인이라고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의 적용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검찰이 먼지 털듯 수사하면 어떻게든 기소할 꼬투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 막강한 수사·기소권을 특정 정치인을 표적으로 사용한다면 민주적 정치 과정을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고, 중립성을 의심받을 ‘외관’조차 경계해야 한다는 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검찰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젠 국민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모양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선 잇따라 무혐의 처분으로 공분을 샀다. 국민권익위 역시 명품백 사건은 ‘위반사항 없음’으로 무혐의 종결한 반면,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은 검찰로 넘겼다.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처를 샅샅이 조사해 기소한 검찰은 정작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사용 내역은 계속 감추고 있다. 법원의 공개 판결도 무시하고, 국회의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견주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이런 식의 마구잡이 기소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덧씌우는 한편, 역으로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어찌 됐든 검찰의 이런 행태는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를 잃게 만들고, 그러면 이후엔 법치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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