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기후대응 반대 영향
신규 기후재원 확보 합의 실패
부유세 도입 원론적 수준 그쳐
공동성명 “자유무역 보장” 강조
美 보호주의 강화 예고에 경계
중동·우크라전 논의도 겉돌아
‘아르헨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기후위기대응 반대로 합의 불발
우크라·중동戰 대응 논의도 겉핥기
지원반대 밝힌 트럼프 눈치 살펴
시진핑, 美 보호무역 틈새 파고들어
‘일방적 개방’ 확대 약속 정책 세일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G20 정상회의는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가 주요 의제였으나, 실제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가 ‘진짜 의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복귀하면 ‘모두 다 뒤집을 수 있다’는 회의감은 물론이고, G20이 지향해온 다자주의, 기후변화 대응 등이 대혼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 단체 사진 촬영에서 빠지면서 체면을 구겼고,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을 비판하며 정권교체가 임박했음을 강조했다.
“기후 위기는 멈추지 않는다”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빌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실루엣과 함께 ‘기후 위기는 기후 변화 부정론자 앞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Climate crisis won’t stop for a climate denier)’라는 문구가 적힌 화면이 표출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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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85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지만 기후 위기 대응 등의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안 도출에 진통을 겪었다. 개발도상국의 지구온난화 문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 기후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합의에도 실패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기후 위기론을 정면 반박하고 정상 공동선언문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브라질 매체 G1 등이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후 위기론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해 왔는데, 기후 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향후 아르헨티나 외교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와 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스페인어권 일간 엘파이스와 G1은 “브라질 외교가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이 마치 트럼프 특사처럼 행동한다는 우려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와 함께 몰아칠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국제사회의 긴장도 역력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제안으로 논의된 글로벌 부유세 부과 논의 역시 구체적 내용 없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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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사진) 당선인이 부유층 과세에 대한 반대 기조가 분명한 가운데 밀레이 대통령은 관련 논의 자체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별도 성명을 통해 “빈곤 퇴치를 위한 당국 노력 경주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조세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면서 초고액 순자산가에게 효과적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논의 역시 힘이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G20 정상들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세계 식량 및 에너지 안보, 공급망, 거시 금융 안정성, 인플레이션 및 성장과 관련해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과 부정적인 추가 영향을 강조한다”면서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를 지원하는 모든 건설적인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과 레바논에서의 전쟁 격화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민간인 보호 강화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CNN은 “G20이 진행되면서 트럼프는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주요 정상 회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홍보하고 그의 유산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 세계 지도자들은 바이든을 지나쳐 다음 집무실을 차지한 트럼프를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외교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G20의 진짜 의제는 트럼프의 등장”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이 G20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이미 동맹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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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이 없는 브라질에서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일방적 개방’(unilateral opening)을 약속하고 미국 동맹인 영국, 호주 정상들과 만나며 우군 확보에 나섰다.
영국과 호주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2021년 출범한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 회원국으로 시 주석이 회담을 통해 미국의 동맹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외교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화·AFP·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만나 “중국과 영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고수하고 중·영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호전돼 긍정적인 발전 동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호주 사이에 근본적인 이해 상충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빠진 것도 모르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제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AAHP) 출범’에 참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줄 왼쪽 네 번째), 의장국인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두 번째) 등 G20 정상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퇴임을 두 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촬영장에 뒤늦게 도착해 단체 사진을 찍지 못했다.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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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들의 단체사진 촬영에 빠지면서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G20 정상들은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lobal Alliance Against Hunger and Poverty)이라는 글씨를 인쇄한 단상 위에서 단체사진(Family Photo)을 촬영했는데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정상들이 해산하는 상황에서 뒤늦게 바이든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G20 공식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바이든 대통령 쪽으로 황급히 방향을 돌리다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현직 대통령이 국제행사 단체사진 촬영 일정에 의도가 아닌 지각으로 동참하지 못하게 되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결정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다시 한 번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정권 이양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치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정부가 강조·제안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 인공지능(AI), 건전재정, 플라스틱 저감, 기후위기 등의 4가지 주제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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