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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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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친 ‘尹 명예훼손’ 공소장…법원 “이해 어려워, 다시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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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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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범죄 사실을 제시하면, 법원이 “다시 정리하라”며 반려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관련 허위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고 보고 있는데, 재판부는 “어떤 부분이 허위 사실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지적하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재판에서는 서증(書證)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 공소장에 담긴 기사·영상 속 허위 사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른 절차였다.

앞선 공판 준비 기일에서도 재판부가 “공소장에 명예훼손과 무관한 간접 정황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자 검찰은 한 차례 공소장을 수정해 70쪽에서 50쪽으로 줄였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여전히 공소 사실 정리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증거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2021년 9월 15일 만나 인터뷰한 녹취록, 이를 토대로 이듬해 3월 보도된 뉴스타파 기사와 영상 등을 제시하며 허위 사실을 짚었다. 핵심 내용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것으로, 민주당은 대선 직전 이를 근거로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김씨는 대장동 의혹 관련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이 2011년 조씨의 수사를 무마했다는 허위 프레임을 만들어 신씨를 통해 전파한 것”이라며 김씨의 주요 발언들이 모두 허위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당시 신씨와 인터뷰하면서 ‘조우형 무혐의’ 등 허위 사실을 노트에 메모했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단순한 센척이나 실언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두고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했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신씨에게 수사 무마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기사 나가면 큰일 나”라고 말하는데, 검찰은 이것이 “의도된 변명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말 큰일 나는 내용이라면 이를 기자인 신씨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인터뷰가 녹음되는 것을 알고, 추후 허위 인터뷰가 문제 될 때 은폐하기 위한 변명 장치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두 사람의 인터뷰를 보도한 뉴스타파 기사와 영상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재생하며 “의도적 편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당시 조씨의 수사를 덮었다는 부분을 부각했다. 짜깁기를 통해 (김씨의) 허위 프레임을 강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 보도는 윤 대통령이 2011년 중수2과장으로 근무하며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부탁으로 조씨의 알선 수재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설명을 들은 후에도 여전히 허위 사실 여부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필요 없는) 공소 사실을 어느 정도 빼서 공소장이 20페이지 정도 사라졌다”면서도 “아직도 공소 사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서증 보니까 유튜브, 웹페이지 기사, 녹취 전문이 나오는데 어디가 허위라고 기소됐는지 알 수가 없다. 공판 준비 기일 때보다 공소 사실 정리가 한 발짝도 안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기소된 범죄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며 “공소장을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씨와 신씨가 청구한 보석 심문도 진행했다. 김씨 변호인은 “김씨가 (대장동 등) 여러 재판을 받다 보니 늘 구치소에 없다. 미리 의견을 듣고 준비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방어권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신씨 변호인도 “신씨에게는 인멸할 증거가 없고, 도망할 생각도 없다”며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구속 영장 발부 이후 특별히 사정이 바뀌지 않았다”며 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되도록 빨리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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