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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기고] 기술 혁신 시대, 고숙련 ‘블루칼라’ 키우는 로드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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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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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청년층의 직장 선택 기준 설문 조사를 보면 급여 및 복지, 그리고 워라밸이 1, 2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돈과 시간에 대한 자유도, 즉 자기 결정권을 추구하는 인간 욕망을 반영한 것이다.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놀며 한편으로 쓸 만큼 벌 수 있는 현대 직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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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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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거대 언어 모델 기반 인공지능이 세상에 선보이면서 숙련 기술을 지닌 육체노동에 대한 대중적 선호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최근 여러 지표에서도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리크루트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청년층 취업 준비생의 70.3%가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취업 의향을 가지고 있으며, 41.8%가 주변에 블루칼라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노동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도제식 견습 교육을 받은 기계공은 시간당 23.32달러, 목수는 시간당 24.71달러를 각각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대 연봉을 받는 블루칼라 직종도 꽤 많다. 고숙련 배관공은 연간 수입이 9만348달러로, 석사 학위 소지자 평균 연봉인 8만6372달러보다 높고, 임금 상승률도 화이트칼라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변화가 분·초 단위로 이뤄지는 시대에 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노동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체계적인 훈련과 학습을 통해 기술을 익힌 새로운 ‘블루오션칼라(BlueOcean-Collar)’가 오는 것이다. 기술 혁신이 있을 때마다 노동시장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해 왔다. 하지만 ‘일자리 4.0′의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은 오히려 인간의 오감(五感)에 기반한 숙련 기술에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50대 이상 국가기술자격 수험자가 2022년 대비 22.2% 증가하고, 건설 현장의 숙련 기술인의 임금이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높게 형성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1월 ‘한우데이’를 맞아 축산 자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축산자격 취득자 3명 중 2명이 20대 이하였다. 전기 기능사, 가스 기능장 수험생 수는 역대 최고였다. 반면, 작년 교육부가 조사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47.0%, 순취업률(졸업자 대비 취업자)은 27.3%로, 취업자는 매년 줄고 진학률은 증가하는 형국이다. 화이트칼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에서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의 메달 성적을 거두며 종합 2위를 달성했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스킬 DNA’를 입증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현장에서 청년 기술 인재들에게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술인으로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숙련 블루칼라가 새로운 블루오션칼라의 노동시장을 열어가는 이때, 청소년 시기부터 숙련하는 길이 곧 장인의 길이고 대한민국 명장의 길이 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고 ‘흑백요리사’처럼 스킬과 경영을 겸비한 숙련 기술 스타 롤 모델이 많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변화를 인지했을 때는 우리 앞에 벌써 다가온 경우가 많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로 숙련 기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대한민국 숙련 기술의 르네상스를 열어나갈 새로운 블루오션칼라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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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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