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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기자수첩] 트럼프와 아베, 윤 대통령의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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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트럼프 골프 -국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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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골프 좀 칠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입장이 나가니 참 안타깝습니다. 사정을 좀 더 솔직하게 얘기했다면 국민들도 '그럴만 했다'고 이해해주지 않았을까요."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논란은 미국 대선 후 윤 대통령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서 비롯됐다. 이후 미국 대선 전부터 골프를 쳤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왜 거짓말을 하느냐'는 야권의 공격이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군 통수권자가 군 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언제부터냐'가 논란의 핵심인데 '어디서'에 초점을 맞춰 해명한 셈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지난 여름부터 틈틈이 골프를 쳤다고 한다.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4년간 300회 넘게 골프를 쳤다. 사실상 주말마다 쳤다는 얘기다. 누군가에게 사치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산책처럼 자연스러운 취미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신뢰를 쌓은 것도 골프를 통해서였다. 당선 직후 금장 골프채를 선물했고 총 5회 동반 라운드를 했다. 하루에 27홀을 함께 돈 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부담금 압박은 줄었고, 아베 전 총리가 구상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미국이 채택하면서 일본은 미국 안보동맹의 주축이 됐다.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골프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한 것을 지켜본 우리 정부 입장에서 만약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골프 정상외교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 아닐까.

지난 8년 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이 트럼프 재집권에도 불구하고 골프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아 실력이 형편없다고 가정해보자. "왜 미리 연습을 안 했느냐" "왜 아베처럼 못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까.

차라리 대통령실이 처음부터 이렇게 해명했다면 어땠을까. "사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에 대비해 여름부터 골프 연습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집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를 고려해 미리 공개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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