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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불송치한 이재명 '법카 유용 의혹'…검찰 수사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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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어제(19일)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경기도 법인카드 등 유용 의혹'으로 기소한 데에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증과 더불어 최근 배우자 김혜경 씨의 기부행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 근거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앞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는 다른 수사 결과입니다.

이날 수원지검 공공수사부(허훈 부장검사)는 이 대표와 전 경기도 비서실장 정 모 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 모 씨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배우자 김 씨는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으로 지출하는 등 총 1억 653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 관용차(제네시스) 사적 사용(6천16만 원) ▲ 과일 대금에 예산 유용(2천791만 원) ▲ 샌드위치 대금에 예산 유용(685만 원) ▲ 세탁비에 예산 유용(270만 원) ▲ 법인카드 사적 사용(889만 원)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경기도 법인카드 등 유용 의혹' 사건 수사는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전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의 폭로로 시작됐습니다.

폭로를 토대로 국민의힘이 이 대표와 김 씨, 배 씨 등을 2022년 2월초 검찰에 고발한 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이 이송됐고, 경찰은 그 해 8월 김 씨와 배 씨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기도도 자체 감사 결과를 토대로 같은 해 3월 25일 배 씨에게 횡령과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도는 이어 4월 11일 홈페이지에 감사 결과를 공개해 배 씨가 도청 법인카드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역이 최소 수십 건, 액수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이 대표에 대해선 같은 해 12월 "관여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불송치 결정했고, 검찰은 경찰이 재수사 요청 사항을 불이행하자 지난해 12월 경찰에 송치를 요구해 올 1월 사건 일체를 넘겨받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비롯한 관용차 사적 사용, 예산 유용 등 보다 광범위한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도 받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청 압수수색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할 여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이 대표 자택과 사무실은 제외한 경기도청 총무과, 비서실 등 사무실과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사용된 곳으로 지목된 과일가게 등 10곳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이 대표 범행에 공무원(비서실·의전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는 법인카드 결제나 경기도 예산이 마치 정상적으로 지출된 것처럼 허위로 작성된 서류가 압수수색으로 다수 확인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도 의전용 관용차의 경우 이 대표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차고지로 지정해 반납할 필요 없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비서실에서 해당 관용차를 계속 배차 신청해 다른 부서가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주유비·세차비·과태료 등을 경기도 예산으로 지출하고, 배우자 김 씨가 사적으로 관용차를 사용한 뒤 공적 용도로 운행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를 작성해 제출한 서류들까지 모두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 공무원 20여 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 압수수색물 등을 토대로 이 대표의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고, 법인카드와 관련된 배임 액수도 당초 경찰 송치 시점의 약 200만 원(김혜경 씨에게 적용된 배임액)에서 889만 원으로 재산정했습니다.

이 같은 수사 결과는 공무원 1인당 많게는 15차례 안팎에 달하는 참고인 조사와 방대한 양의 디지털 포렌식 압수물 분석 과정을 통해 도출됐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이 사건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과잉 수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김동연 도지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카드와 관련해서도 작년 10월 포함, 총 3차례(경찰 2차례, 검찰 1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경기도정에 대한 검찰의 도를 넘는 업무방해를 중단해 달라"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 공범으로 기소된 배 씨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금액은 이보다 더 큰 4천343만 원으로 추산했는데,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관계가 명확한 부분을 신중하게 고려해 피고인별 배임 액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에 대해 지난 14일 유죄(벌금 150만 원)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도 이 대표 기소 근거로 고려했습니다.

김 씨는 2021년 대선 당내 경선 당시 민주당 전·현직 의원 배우자와 자신의 수행원 등 총 6명에게 10만 4천 원 상당의 식사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해 제공한 혐의로 재판받아왔습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 씨가 인사 기록상 업무와 무관한 피고인을 위한 사적 업무를 수행했다"고 김 씨와 배 씨 관계를 규정하고 "수내동 자택에 배달한 샌드위치, 과일 등의 결제는 경기도청에서 일괄해 해당 판매점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포장 음식은 배 씨 등에 의해 대부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됐다"고 인정했습니다.

공무원 신분이던 배 씨의 김 씨 사적 수행과 경기도 예산의 사적 유용이 1심에서 사실로 인정된 것입니다.

특히 재판부는 "배 씨가 김 씨 모르게 단독으로 범행할 구체적인 동기나 유인이 없다"며 통상적인 경험칙에 따라 이들 간 공모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 유용 의혹'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던 김 씨의 공직선거법 판결에서 배 씨와 김 씨의 공모가 인정된 만큼, 배 씨의 상급자이자 김 씨의 배우자인 이 대표가 이런 범행을 몰랐을 리 없다는 데에서 나아가 이 대표의 용인 내지 묵인하에 유용이 일어났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김 씨를 기소유예 처분한 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주범인 이 대표가 기소된 점, 김 씨의 범행 가담 정도, 불법성,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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