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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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쟁 뒤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긴장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이런 푸틴의 행보는 미국 주도의 러시아 고립 전략 실패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각) 인도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하면서 정확한 날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푸틴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 일정은 최종 조율 중”이라며 “이러한 (양국의) 접촉은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에이엔아이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조만간 성사된다면 러시아, 인도 양국 정상 만남은 올해만 3번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10월 러시아 카잔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도 양국 회담을 가졌다. 푸틴의 이번 인도 방문 계획을 두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두 나라 사이 지속된 오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단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서방의 러시아 고립 전략은 실효성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의 인도 방문 계획은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 등의 전략이 실패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만 참여했고, 이번달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가지 않았다. 인도는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니어서 체포영장 이행 의무가 없지만, 지난해 인도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도 푸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었다.
인도는 미국과 러시아 등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중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우크라이나전쟁 뒤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엔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경제, 에너지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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