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임명 윤형중 사장 중도 사퇴 후 7개월째 공석
대통령실·관저 이전 총괄 ‘김오진 내정설’에 장기 공전
한동훈도 낙하산 반대...국토부 차관급 출신 인사 고개
“부사장 이어 사장까지 국토부가 차지하나” 반발 기류
자회사 임원 4자리도 공석...성장 모멘텀 ‘시계 제로’
대통령실·관저 이전 총괄 ‘김오진 내정설’에 장기 공전
한동훈도 낙하산 반대...국토부 차관급 출신 인사 고개
“부사장 이어 사장까지 국토부가 차지하나” 반발 기류
자회사 임원 4자리도 공석...성장 모멘텀 ‘시계 제로’
한국공항공사 전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사장 장기 공백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의사결정은 물론, 전임 사장이 추진해 온 사업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공항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 임원 자리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엔 이런 틈을 타 국토교통부가 자사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설이 널리 퍼졌다. 공사 직원들은 “부사장에 이어 사장까지 국토부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 아니냐”면서 ‘과거로의 회귀’를 걱정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7개월째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윤형중 사장이 지난 4월 중도 사퇴한 이후 아직까지 후임 사장 자리가 비어있다.
애초 정부는 빈자리를 빨리 채우려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6월 사장 모집 공고를 냈다. 13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서류·면접 전형을 거친 5명이 기획재정부에 통보됐다.
이중엔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됐다 반년 만에 퇴임하고 4·10 총선 경선에서 탈락한 김오진 전 비서관도 있었다. 정치권과 공사 안팎에서 회자하던 ‘김오진 내정설’에 힘이 실렸다.
야당이 반발하면서 사장 임명 절차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복수 후보 추천을 위한 사장 추천 인사 안건 상정을 미뤘다. 야당은 지난 10월 공항 공기업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절반가량이 윤석열 정부 관련 인사로 구성되고 서류 심사에서 5위를 한 김 전 비서관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면접에서 1위 후보자로 추천됐다며 임용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야당은 김 전 비서관의 직전 이력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전신 당직자 등을 거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도운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으로 임명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는 총무1비서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6월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제1차관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12월, 22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김 전 비서관은 고향인 경북 김천에 출마했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민주당은 김 전 비서관이 관리비서관 시절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업체 ‘21g’이 관저 공사 업체로 선정된 과정 등을 문제 삼았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 관저 공사와 관련해 21g 인테리어 업체가 종합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일을 저질렀다”면서 “한국공항공사 공사 금액이 작년 1100억원, 올해 600억원에 달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농단할 것 아니냐”고 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비서관이 과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국토 정책 등을 담당했지만 항공업계 주요 업무인 항공 인프라 총괄, 관광 수요 분석 등의 경력이 부족하다“며 비전문성을 지적했다.
결정타는 감사원 감사였다. 감사원은 참여연대 등의 국민감사 청구로 지난 2022년 말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공사 계약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지난 9월 12일 결과를 내놨다. 대통령 관저 보수 공사가 면밀한 사업계획과 그에 따른 계약체결 없이 이뤄지면서 시공·감독·준공 과정에서 국가계약법과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 4월 말 관저 보수공사 업체로 선정된 21g은 대통령 비서실 요청으로 5월 15일 보수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관련 공사에 대한 최종 변경계약은 공사가 한 달 이상 진행된 7월 1일 이뤄졌다. 대통령 비서실이 실제 공사 명세가 반영된 준공도면 등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사가 먼저 진행되면서 규정에 따른 준공검사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또한 21g과 하도급 계약을 맺고 관저 보수공사에 참여한 18개 업체 중 15개 업체는 실내건축업 등 관련 허가가 없는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사 감독을 소홀히 한 비서실에 주의를 촉구하며, 당시 관리비서관이었던 김 전 비서관에 대해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인사혁신처에 자료 통보를 한달 넘게 하지 않아 대통령실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최종 후보 5인에 포함된 김 전 비서관 ‘보은 인사’를 위해 의도적으로 징계를 미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 논란에 가세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과 김 전 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공 기관 낙하산 임명에 반대했다.인적 쇄신을 의제로 띄운 한 대표가 ‘김건희 라인’ 정리 외에 공기업 낙하산 문제 해결까지 촉구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 핵심 참모인 강 전 비서관은 소위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돼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관광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강 전 비서관은 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했다. 이후 야당은 김 전 비서관으로 화살을 돌려 한국공항공사 사장 지원 자진 철회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김 전 비서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갈 길 먼데 한국공항공사 조직 운영은 기형적
사장 공석이 장기화한 한국공항공사는 방향타를 잃었다. 같은 공항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로 가라앉은 항공 수요를 완전히 회복해 훨훨 날고 있다.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아직도 2019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공항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지만 이를 딛고 퀀텀 점프할 획기적인 전략과 사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외 공항 직접 운영 등 공격적인 해외 투자는 물론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공항 서비스, 지방공항 활성화 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전임 사장이 추진하던 김포공항 비즈니스 전용 패스트트랙, 프리미엄 라운지·공유 오피스·복합문화공간 조성, 김포공항 명칭 변경,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 신공항 대응도 사실상 멈췄다.
조직 운영도 기형적이다. 전임 사장이 추천한 상임이사 2명을 정부가 거부하면서 임금피크에 들어간 간부들이 핵심 본부를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사장도 지난 4월 국토부 출신 본부장을 승진·교체했지만 이사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전 부사장 등 2명이 보직 없이 상임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임이사 운영은 역대 공사에서 볼 수 없던 장면이다.
한국공항공사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의 주요 임원 자리도 상당수가 비어있다. 보안 분야 자회사인 한국공항보안과 남부권 10개 공항 시설 관리를 하는 남부공항서비스 임원 자리가 각각 2개씩 비어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공석 기간이 1년에 달한다.
공사 관계자는 “사장 자리와 공항 고유 기능을 담당하는 자회사 임원 자리가 오랫동안 비워지면서 일상 기능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도의 의사결정은 사실상 멈춰있다”면서 “이러한 기형적 조직 운영은 역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에는 이러한 혼란한 틈을 타 국토부가 자사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후임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후임 사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국토부에서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냈다. 국토도시실장, 종합교통정책관, 교통물류실장 등을 지낸 국토·교통 전문가다.
공사 관계자는 “국토부 출신이 사장으로 온다면 사장과 부사장 모두 국토부 출신 인사로 채워진다”면서 “2022년에 창사 42년 만에 첫 내부승진 여사장이 나와 사기가 높아졌는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같은 공항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김범호 경영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내부 승진이 뿌리내려 대조를 이룬다.
공사의 한 간부는 “공기업 사장 임면은 대통령 권한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지만 부사장까지는 규정대로 공사 사장에게 실질적 권한을 줘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또한 지금 겪는 사장 장기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하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